(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중국 자동차 시장 둔화에 글로벌 제조사들이 감산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산업통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와 폴크스바겐은 최근 중국에서 최대 가용 생산능력 대비 공장가동률을 처음으로 줄였다.

이들은 그동안 고급 상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에 따라 수혜를 입어왔지만, 경기 둔화에 따라 매출도 둔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대로지만 좋은 시절은 갔다는 의미로, 중국 수요 증가에 크게 베팅하는 것은 어렵다는 신호라고 WSJ는 설명했다.

샌포드 번스타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3개 외국 자동차 합작사 가동률은 94.3%를 기록해 처음으로 100%를 밑돌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잔업까지 하며 107.4%의 가동률을 보였다.

중국 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상하이GM은 올 상반기 작년보다 생산이 2.4% 줄었고, FAW폴크스바겐도 같은 기간 1.2% 줄었다.

그동안 주말 근무가 잦았다는 에릭 스 GM 엔지니어는 "통상 한 달에 이틀 쉬었는데 7월부터 연말까지는 열흘 쉴 수 있을 것 같다"며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분위기가 더 안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상하이GM은 중국 본부에 재고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관리하고 시장 상황을 자세히 주시하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글로벌 제조사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거둬왔던 터라 중국 경제 둔화에 특히 민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업체 회계 자료에 따르면 폴크스바겐과 GM은 각각 글로벌 판매 실적의 35%, BMW는 25%를 중국에서 올렸다.

그러나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 7월 전년 대비 6.6% 줄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런 탓에 외국 브랜드의 상반기 차량 매출도 1.5% 줄었다. 지난 상반기 중국 차 시장 전체 판매량은 4.8% 증가했지만 최근 수년간 두자릿수 성장해왔던 것에 비춰볼 때 실망스러운 실적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자동차 업체의 감산은 이런 부진에 따른 대응이다. 자동차 회사는 생산능력의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일 때 수익이 큰 반면, 80%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폴크스바겐과 GM 등은 판매 촉진을 위해 가격을 대폭 할인하고 나섰다고 WSJ는 전했다. 웨이즈 컨설팅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차량가격은 연초 대비 10% 넘게 인하됐다.

그럼에도,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 시장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GM은 현재 연간 350만대 생산능력을 2018년까지 50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고, 폴크스바겐도 2019년까지 현재보다 40% 많은 50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도요타는 4억4천만달러를 투자해 현재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현대자동차도 각각 30만대를 생산하는 공장 두 곳을 새로 세운다.

GM 대변인은 "중국 경제 성장세가 개선되면 자동차 시장은 더욱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중국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우리의 장기적 시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프라이스워터하우스의 빌 펑 파트너는 "생산량이나 경영진이 압도적으로 경쟁력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감산은 불가피하다"며 "외국차 제조사는 어떻게 비용을 통제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wkpack@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