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지난 3일 '트레이딩계정의 근본적 재검토(fundamental review)'에 관한 공개 협의안을 발표했다. 트레이딩계정에 대한 기존의 자본규제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이 협의안의 주요 골자다.

BCBS는 협의안에서 트레이딩계정의 기존 경계가 모호하다고 지적하면서 은행계정과 경계를 재설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트레이딩계정의 리스크 측정지표는 기존의 Var(Value at Risk)에서 ES(expected shortfall)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아울러 시장유동성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세가지 방안도 내놨다.

트레이딩계정(trading book)이란 단기간 내 매매가 가능한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의미한다.

BCBS는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자본 산출 때 포지션을 트레이딩계정과 은행계정(banking book, 비트레이딩계정)으로 나누고 트레이딩계정에 대해서는 시장리스크 자본규제를, 은행계정에 대해서는 신용리스크 자본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트레이딩계정에 대한 규제자본 체계에 중대한 약점이 노출됐다. 트레이딩계정에 대한 규제자본 수준이 크게 낮아 대규모 손실을 감내하지 못하는 현상이 속출했다. 이외에도 시장리스크 규제자본 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BCBS는 2009년 7월 '바젤 2.5'를 도입해 트레이딩 계정에 대한 규제자본 수준을 금융위기 이전보다 크게 높였다.

우선 내부모형을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스트레스VaR(stressed Var)를 도입하도록 해 시장리스크 규제자본 체계의 경기순응성을 축소했다. 스트레스VaR는 과거 중대한 손실이 발생했던 기간(스트레스 기간) 동안의 데이터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유동화 상품에 대한 규제자본 수준도 높였다. 트레이딩계정 내 유동화 익스포저에 대해서는 내부모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은행계정의 유동화 익스포저와 동일한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규제자본을 산출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바젤 2.5의 도입에도 규제 체계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트레이딩계정 경계 설정이 모호한 데다 시장유동성 리스크가 고려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BCBS는 2009년부터 트레이딩계정 자본규제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에 착수했고 3년 여 만에 개선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BCBS는 오는 9월7일까지 공개 협의안에 대해서 전세계 금융기관의 의견을 받기로 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추가 보완 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규제 적용 시기는 유동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주부터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BCBS 협의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BCBS가 제시한 안이 실제 적용되는 데는 앞으로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기존안의 적용이 시작되면 은행 트레이딩계정의 규제 방식이 더 강화되는 것은 물론 리스크관리 방법도 기존보다 정교해져야 하기 때문에 많은 준비 작업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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