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공개 협의안에서 트레이딩계정과 은행계정 간 경계를 명확하게 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회사 임의로 부적절한 포지션을 트레이딩계정 또는 은행계정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계정 간 경계 기준은 '금융회사의 거래의도'였다. 금융회사가 주관적인 판단으로 포지션을 다른 계정에 옮기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예컨대 시가평가 대상 투자상품은 트레이딩계정에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손실이 커질 경우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마음대로 포지션을 은행계정으로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금융회사가 '거래의도'라는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감독당국이 제재할 수 있는 근거 역시 충분치 않았다.

BCBS는 이런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증거 방식'과 '가치평가 방식' 등 두 가지 안을 새롭게 제시했다.

거래증거 방식은 트레이딩계정의 경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 현행 기준인 금융회사의 거래의도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거래 및 리스크관리 능력에 관한 '증거'를 추가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서 트레이딩계정 편입 포지션은 공정가치 평가 대상이면서 일별로 시가평가가 이뤄지는 상품으로 제한했다.

가치평가 기준은 금융상품의 공정가치 변화가 금융회사의 지불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에서 공정가치 평가대상을 트레이딩계정의 경계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공정가치 평가를 적용하는 매도가능금융자산의 경우 현재는 은행계정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이 기준을 적용하면 트레이딩계정으로 분류하게 된다.

BCBS가 제안한 두 가지 방식 모두 금융회사의 주관적 판단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지만, 트레이딩계정에 대한 영향력은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거래증거 방식이 적용되면 금융회사의 리스크관리 능력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추가됨에 따라 트레이딩계정 규모가 지금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에 가치평가 방식이 도입되면 회계규정상 공정가치 평가를 적용받는 포지션의 범위가 현재 트레이딩계정에 포함되는 포지션의 범위보다 넓어져 계정 규모는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가치평가 방식 적용으로 트레이딩계정이 확대되더라도 시장리스크 내부모형의 적용 대상이 되는 포지션이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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