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현행 트레이딩계정에 대한 자본 규제는 암묵적으로 트레이딩계정의 모든 포지션이 '유동적'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내부모형에 의한 규제자본을 산출할 때 '10일 VaR'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 10일 이내에 모든 포지션을 헤지하거나 청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금융위기 상황에서 시장 유동성은 급속히 축소됐고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보유한 포지션을 시장에서 처리하기가 어려워졌다. 포지션을 장기간 보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금융시장의 유동성 프리미엄은 급등하면서 보유 포지션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됐다.

트레이딩계정 내 모든 포지션이 유동적이라는 가정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잘못된 것으로 판명이 난 셈이다.

이에 따라 규제자본 산출 때 시장유동성 리스크도 반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CBS는 먼저 시장유동성 평가 방법을 제안했다. '유동성 시계(Liqudity horizon)' 개념을 도입해 모든 포지션을 5개의 유동성 버킷(10일, 1월, 3월, 6월, 1년)에 할당하는 방법이다. 유동성 시계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시장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중요한 리스크를 모두 헤지하거나 해당상품을 청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말한다.

이렇게 해서 산출한 시장유동성 평가를 규제자본 산출 때 반영하고, 유동성 프리미엄 급상승에 대비한 추가 규제자본을 설정해야 한다고 BCBS는 제안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계정 내 포지션이 비유동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유동성 시계를 확대해도 유동성 프리미엄의 급등으로 리스크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는 포지션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추가로 규제자본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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