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업가의 양심'이라는 문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직결돼 있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공익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사회적 책임의 기본이다.

또 한가지 기업의 책임이라고 하면 소비자들에 대한 존중이다. 이는 기업의 기본 예의이자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근간이다.

이 두 가지 기본적인 기업의 의무를 지키지 못하면 탈이 나게 돼 있다는 걸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검찰이 기업 인수ㆍ합병(M&A) 과정에서의 배임ㆍ횡령과 역외탈세 등 혐의로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을 기소했다. 기소장에 특정된 횡령ㆍ배임 금액만 2천억원이 넘는다. 성공적인 인물로 직장인들의 멘토였던 그가 하루아침에 파렴치한 기업인으로 전락했다. 상장사가 주주들과 소비자들을 기만한 대표적인 사례가 돼 버렸다.

이는 직접적으로 위법한 사실이 드러난 경우지만, 위법에 가깝거나 위법은 아니지만 `양심불량' 차원에서 기업들의 비위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통신사들의 단말기 `보조금 부풀리기'의 경우다.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통신사들이 서로 짜고 휴대전화 가격을 부풀린 다음에 마치 크게 깎아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온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 3사들은 계속해서 부당한 영업행위를 계속했을 터였다.

대기업의 동네상권 진출은 상도의 상 이미 경계를 넘어섰고, 이제는 새롭지도 않은 비양심적인 대표 사례다.

2011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들이 지난 2000년 이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이나 과징금,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부과받은 건수는 모두 76건으로 10대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삼성(75건)과 롯데(66건), LG(52건), 현대자동차(51건) 등 순으로 많았다. 대부분 담합이나 계열사 부당지원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 반열에 들어선 그룹사들은 당국의 조사와 적발에도 이제 무덤덤해지는 듯 하다. 국내 규제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듯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의 공정위 조사 방해 사례였다.

휴대전화 값 부풀리기 여부를 조사하러 온 공정위 조사관을 저지하며 출입을 지연시키는 동안 관련 자료를 폐기한 사건은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기업들이 규제와 감시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도덕적 해이에 대해 별다른 죄의식이 없어져 간다는 것이다.

가격 정책상의 공급자, 즉 기업의 우월적인 지위의 남용 문제도 그렇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각종 옵션과 차량 제원 조정을 통해 특히 북미시장에서 판매가격과 내수용 판매가격을 차별화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수출가격 인하분을 전가한다는 논란은 이미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의 단골 논쟁 메뉴가 됐다. 진위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에 대한 신뢰가 온전하지 않다는 걸 입증하는 일이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저축은행의 도덕적 문제도 짚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책임을 져야할 저축은행회장이 돈을 챙겨서 밀항하려다 붙잡히는 가 하면,일부 저축은행이 VIP 고객들에게 영업정지 결정 전에 예금을 인출해가라고 미리 전화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정작 분노를 표출하고 사태 해결에 적극적이어야 할 감독당국은 부산저축은행 사태처럼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이 모두 10대 무역대국이자 국민소득 2만달러 경제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웃지 못할 일들이다. 기업이 스스로 정화하는 것을 기다리기보다는 강력한 제재수단과 정부의 정책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엔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에 대한 신뢰 부분에서 또 막힌다. 답답한 현실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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