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4년뒤 현대증권 주가가 1만9천원에 못 미치면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을 걸었는데 현대증권은 최근 5년간 이 가격에 도달한 적이 없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현대증권의 파킹딜 문제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자리에 앉아있던 이들 중에는 김 의원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콜옵션은 살 수 있는 권리다. 콜옵션 매수자는 만기일에 주가가 미리 정한 행사가격보다 높을 경우 옵션을 행사에 그 차액만큼 이익을 얻는다. 만기일에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낮다면 매수자는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 된다.

따라서 '현대증권 주가가 1만9천원에 못 미치면'이라는 김 의원의 발언은 잘못됐다. '주가가 1만9천원보다 높으면 되사는 콜옵션'이 정확한 표현이다.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나고 진 원장의 발언 차례가 왔지만 남은 시간이 부족했다. 진 원장이 "현대증권 파킹딜 논란을 알고 있고 면밀히 심사하고 있다"라고 짤막이 답변하자마자 바로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현장에 앉아있던 기자들은 김 의원의 발언을 타이핑해서 그대로 송고했고, '1만9천원에 못 미치면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이라고 적힌 기사들이 쏟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감을 마치고 김 의원의 발언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묻는 기자들이 많아 (기자들에게) 옵션에 대해 설명하느라 오랜시간 전화통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며 "원장님이 바로 표현을 정정해줬으면 좋았겠지만 워낙 발언 시간이 부족하다보니…"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날 이종걸 새민련 의원은 현대증권을 인수하려는 오릭스를 일본 야쿠자 기업이라고 표현하며 일본 대부업체의 금융권 진출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릭스를 단순히 대부업체로 평가절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릭스는 전세계 36개국에 수십개의 계열사를 두고 자산가치만 100조원대에 달하는 거대 기업 집단이다. 일본은 물론, 미국 뉴욕 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일본의 명문 야구단 '오릭스 버팔로스'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진 원장의 답변은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릭스는 대부업에서 시작했지만 증권업과 보험업을 영위하고 있고…"라고 말문을 열자마자 곧바로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이런 모습은 국감 내내 자주 볼 수 있었다. 어떤 의원들은 아예 자신에게 배정된 시간을 모두 훈계성 질문과 윽박지르기에 할애했다. 이렇게 진 원장의 답변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국감 도중 잘못된 발언이 나와도 바로 시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같은 국감 방식에선 의원들이 할당된 시간의 대부분을 써버리기 때문에 피감 기관장이 충분한 설명을 하기 힘들다"며 "과거 발언 기회가 균등히 보장될 때는 의원이 잘못된 내용을 발언해도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산업증권부 조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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