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오유경 기자 = 신세계그룹이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9일 IB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1조원이 넘는 하이마트 인수에 나설 경우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의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마트 자체에 내부현금이 많지 않은데다, 이마트가 보유 지분을 매각해도 삼성생명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배력에는 지장이 없어 매각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 이마트, '하이마트 or 전자랜드' 인수 추진..'가격'이 문제 = 현재 신세계그룹은 유통 부문의 시너지를 위해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중 한 곳을 인수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세계 측은 둘 중에 어느 곳을 인수하더라도 모두 이마트를 인수주체로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돈이다.

전자랜드의 인수가격은 2천억원에서 3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지만, 하이마트는 전자랜드보다 예상 인수가격이 훨씬 높다.

실제로 현재 하이마트 매각지분 65.25%(농협 PEF 지분 6.01% 포함)의 시가총액만 지난 8일 종가(6만2천300원) 기준으로 1조708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보통 20%~3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에다가 1조7천억원으로 평가된 영업권 반영 정도에 따라 최종 매각가는 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영업권의 경우에는 제3자에게 매각할 때 인정받을 수 있는지 자체가 논란인데다, 최근 경영진의 비리ㆍ횡령 혐의와 실적 부진 등이 겹친 탓에 영업권의 가치를 인정받더라도 매우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하이마트의 예상 매각가는 1조원 중반대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마트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매각가도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마트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작년 말 K-IFRS 연결기준)은 959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이마트의 1년 현금창출능력(EBITA)이 1조1천억원으로 추정되지만, 기존사업 유지에 필요한 비용도 연간 7천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이마트가 실질적으로 내부에서 총동원할 수 있는 금액은 수천억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이 100% 내외이고 신용도 등을 고려할 때 회사채 발행 등 외부차입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총차입금이 3조원에 달하고 이미 올해 4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추가 차입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삼성생명 지분가치 1조원 이상.. 매각 가능성 '충분' = 결국 이마트가 실제로 하이마트 인수에 나선다면 내부에 일정 현금을 유지하면서 외부차입도 최소화기 위해 보유 중 자산 중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교적 처분이 쉬운 투자지분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마트가 출자한 타법인 중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오로지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곳은 삼성생명보험(7.4%)을 비롯해 코스트코코리아(3.3%), 대전프로축구(0.1%), 한류우드(3.0%) 등 4곳이다.

이 중에서 사업적 연관성이 없으면서도 매각할 때 의미 있는 자금 유입이 가능한 지분은 삼성생명 지분 7.4%(1천476만2천667주) 뿐이다.

실제로 삼성생명 지분은 지난 8일 종가(9만7천600원) 기준으로 1조4천401억원에 달한다. 전자랜드는 물론 하이마트를 인수에도 충분한 자금인 것이다.

또, 그동안 정용진 부회장 등이 직접 나서 거액의 투자금이 필요하면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지금까지는 범 삼성가로서 삼성과의 우호 관계를 위해 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마트가 이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서 삼성생명에 대한 삼성의 지배력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에 대한 삼성그룹 관련 지분의 총합은 51.09%에 달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놓고 저울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만약 덩치가 큰 하이마트 인수를 결심할 경우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해서라도 충분한 인수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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