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부동산 매입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미리 확보된 자금으로 신속하게 투자를 진행하는 '블라인드펀드'를 국내와 해외 투자 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박형석 코람코자산운용 투자운용본부장은 2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라인드펀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블라인드펀드는 사전에 투자전략과 투자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후 이에 동의하는 투자자를 모집해 실행하는 방식으로, 투자 대상을 확보한 다음 펀딩을 하는 기존의 '프로젝트펀드'와 구분된다.

코람코자산운용은 3천억원 규모로 미주지역·유럽·아시아에 투자하는 해외 블라인드펀드 설정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자금모집을 위한 마케팅을 진행했고, 생명보험사를 포함한 기관투자자들과 현재 투자를 협의 중이다. 현재 삼성SRA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해외블라인드 펀드를 준비 중이다.

박형석 본부장은 "미국은 콜로니캐피탈, 유럽은 스타우드캐피탈, 아시아는 거캐피탈 등이 현지 딜소싱과 자산운용을 담당한다"며 "코람코가 펀드의 매니저로서 투자결정을,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가 자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재무개선목적 부동산에 투자하는 1천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 모집 중이다.

블라인드펀드 외에 개발형 펀드에도 집중하고 있다.

시흥 배곧신도시 롯데마트는 개발단계에서부터 코람코자산운용이 사업주체가 돼 진행 중인 개발형 부동산펀드다. 준공 후 실물자산은 코람코자산운용이 운용하며, 개발부터 운용단계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7% 후반에 이른다.

박형석 본부장은 "수익률이 우수한 투자처를 발굴하기 어려운 시기에 개발형 부동산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한 프로젝트 관리 역량은 필수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 석사, 코넬대 부동산 석사를 거쳤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CBRE에서 일했고 '오리온 파트너스 코리아'(Orion Partners Korea)에서 부동산투자부문 대표를 역임했다.

박형석 코람코자산운용 투자운용본부장

다음은 박형석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코람코자산운용만의 투자 전략과 원칙은.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운 자산에 대한 경쟁입찰 참여는 지양하며, 차별화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개발형 부동산펀드 설정이 하나의 예다. 부동산펀드가 개발 주체가 돼 부동산개발사업을 진행하지만, 운용전략을 사전에 수립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국한해 투자하기 때문에 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수익률이 괜찮은 투자처를 발굴하기 어려운 시기에 개발형 부동산 펀드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한 프로젝트 관리 역량은 필수다.

또 투자적격 부동산에 대한 매입경쟁이 국내외로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모집된 자금을 통해 우수한 수익이 가능한 조건으로 거래를 종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및 해외 블라인드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쟁입찰이 아닌 오프마켓딜을 확보해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주고자 한다.

오프마켓딜은 딜이 경쟁입찰시장에 나오기 전에 매도자와의 협상을 통해 수의로 딜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선확보된 자금(블라인드펀드)이 있어 신속히 매매를 완료할 수 있다는 것을 매도자에게 입증해야 한다.

블라인드펀드는 프로젝트펀드와 구분된다. 프로젝트펀드는 먼저 물건을 확보한 후 펀딩을 하는 것이고, 블라인드펀드는 사전에 투자전략과 투자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후 이에 동의하는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를 집행하게된다. 따라서 블라인드펀드는 정교한 투자가이드라인이 있으며, 투자대상이 이에 부합될 경우만 투자를 실행한다.

부동산 투자전략은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수정돼야 하므로, 자본시장과 부동산경기 사이클을 세밀히 분석한 다음 시장 변화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를 고려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블라인드 펀드는 어떻게 투자할 계획인가.

▲현재 미주지역·유럽·아시아에 투자하는 해외블라인드펀드 설정을 추진 중이다. 코람코자산운용은 현재 해외블라인드펀드를 준비 중인 다른 운용사와 달리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블라인드펀드에 앵커로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 모집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초부터 자금모집을 위한 마케팅을 진행해왔으며 생명보험사를 포함한 몇몇 기관투자자와 투자를 협의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이 진행하는 블라인드펀드의 장점은 앵커투자자로 참여하는 투자자의 입맛에 맞도록 투자가이드라인을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를 위한 맞춤형 블라인드 펀드가 가능하다.

블라인드펀드에는 미주지역과 유럽, 아시아 각 지역에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가진 글로벌 운용사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콜로니캐피탈, 유럽은 스타우드캐피탈, 아시아는 거캐피탈이 딜소싱과 자산운용을 담당하며 코람코자산운용이 펀드의 매니저로서 투자결정을 하게된다.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가 각 지역에서 제안하는 투자를 우선적으로 리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블라인드펀드 투자 전략은 코어플러스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코어플러스 자산은 적극적인 자산관리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 발생이 가능한 자산이며, 향후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추가 수익에 의해 자산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 현재 삼성SRA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해외블라인드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천억원 이상의 블라인드펀드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기업들이 재무개선 목적으로 자산을 유동화해야하는 니즈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재무개선목적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전략을 수립해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자금 모집을 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신탁과의 차이점은.

▲코람코자산신탁은 리츠 및 신탁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코람코자산운용은 자본시장법에 의한 펀드 운용을 하고 있다. 해외투자는 부동산펀드가 리츠와 비교해 제도, 실행 상 유리해 지난해 초 코람코자산운용에 해외투자팀이 구성됐다. 해외투자 전략 수립 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위한 딜소싱을 진행해 현재까지 총 3개의 해외부동산 대상 펀드가 설정됐다.

코람코그룹의 3대과업으로는 블라인드펀드, 해외투자, 임대주택리츠가 있는데 코람코자산신탁이 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블라인드펀드와 해외투자는 코람코자산운용에서 진행 중이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지난 2010년에 설립됐지만 모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은 2001년에 설립돼 우리나라 부동산간접투자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코람코그룹은 풍부한 리서치 및 조사 분석 기능이 있다. 건설 등 엔지니어링 인력, 사내 변호사와 회계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비즈니스를 위한 리츠, 신탁, 펀드 조직이 모두 있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주로 어떤 지역과 물건에 투자했나

▲국내는 청산된 펀드 2개를 포함해 총 26개에 투자하고 있고 전체 운용자산규모는 약1조8천억원이다. 안정적인 배당과 엑싯(exit)이 가능한 서울 소재 오피스 등 코어자산(종로구 연지동 현대사옥, 사당동 홈플러스 등)에도 투자를 했고, 저위험 중수익이 가능한 코어플러스 또는 가치부가(value-added) 수도권 소재 리테일 자산(아산 복합상가, 인천 이토타워 등)에도 투자했다.

시흥 배곧신도시 등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위해 개발형펀드도 운영하고 있으며 개발프로젝트의 중순위 PF 대출(중구 초동 파르나스호텔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의 부동산포트폴리오는?

▲실물 40%, PF대출 20%, 재간접펀드 20%, 개발형펀드 20% 비중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올해 말 기준으로 전체 운용 자산 규모에 있어 국내 80%, 해외 20% 비율이 전망되며, 올해 투자 기준으로는 국내 50%, 해외 50%가 예상된다. 향후 몇 년간 점진적으로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될 예정이다. 올해 총 투자목표는 투자자산 기준 6천500억원이다. 내년에는 투자시장규모를 감안해 목표가 설정되겠지만 비슷한 규모 또는 그 이상을 목표로 설정할 계획이다.

--코람코자산운용이 투자할 예정인 해외부동산은

▲올해 미주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 재간접펀드 형태로 2개의 펀드가 설정됐다.또 이탈리아 시실리 소재 고급아울렛을 기초자산으로 한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도 투자했다. 지난해 해외부동산 팀을 출범해 현재 해외인력은 본부장 포함 4명이며, 앞으로 해외투자에 역점을 두고 인력을 꾸준하게 늘려갈 계획이다.

올해 들어 선진국 주요도시의 코어자산은 현지 유동성이 개선됨에 따라 한국에서의 투자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에, 선진국 1선 도시의 코어플러스 자산과 가치부가 자산, 2선 도시의 코어 자산 및 코어플러스 자산에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머징국가의 발전·에너지사업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해당 프로젝트 참여할 때 당사가 금융파트너로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블라인드펀드를 통한 빠른 의사결정과 협상력 제고로 실물부동산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유망한 국내부동산 투자 지역과 물건은

▲결국에는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자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통적인 오피스 투자와 함께 리테일 자산에 대한 투자 역량을 높이고 있다.

물류창고 투자도 유망해지고 있지만 아직 기관들이 물류창고에 대한 투자가 익숙하지 않은 실정이다. 물류창고 투자시장이 아직 기관투자자가 참여하기에는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투명성이 낮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점차 물류창고 섹터도 투자, 운영 등 여러면에서 투명해져 기관투자자들의 적격투자대상으로 올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물류창고의 투자수익률은 현재 약 7~8% 정도이며 200~300bps 정도 오피스 대비 수익률이 높다.

--삼성물산과 CBRE, 외국계사모펀드매니지먼트사 등을 거치는 등 지금까지 부동산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다. 지난 1995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입사해 건축엔지니어 및 신사업개발 업무를 수행하면서 건축 건설 개발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당시 삼성물산은 단순 시공사가 아닌 부동산 디벨로퍼를 지향하고 있었고, 이러한 회사 방침이 부동산 개발 및 금융에 대한 관심을 갖게했다. 또 IMF 위기와 함께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들이 국내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부동산금융 및 자산관리 등에 관심을 가졌다.

건설과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향후 부동산 금융 자산관리 시장이 확대될 경우 필요한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미국 코넬대 부동산금융 및 개발 석사과정을 지원하게 됐다.

졸업 후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인 CBRE에서 전반적인 부동산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며, 외국계사모펀드매니지먼트사에서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했다. 유럽 유수 연기금 등이 참여한 한국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사모펀드를 운영하면서 블라인드펀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이를 국내 운용사에서 적용해보고 싶었다. 또 향후 국내 자금을 통한 해외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외국사모펀드매니지먼트사가 아닌 국내 운용사가 적합하다고 생각해 지난 2013년말 코람코자산운용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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