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지난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되며 개인투자자와 금융투자자의 거래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투자자를 잃은 선물옵션 시장은 이제 '반토막 시장'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경쟁력이 사라졌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대표주자인 코스피200 선물의 개인투자자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5천945억원 정도다. 이는 지난 2011년 기록한 29조9천246억원보다 62%가량 줄어든 규모다.

같은기간 금융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9조3천185억원에서 5조7천91억원으로 80%나 급감했다.

연기금의 선물시장 거래량을 거의 사라진 상황이 됐다. 4천억원 넘는 거래량을 기록하던 연기금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현재 370억원 정도로 90% 넘게 위축됐다.

그나마 4년 전 하루에만 28조원이 넘는 코스피200 선물을 거래하던 외국인은 현재 23조원 안팎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200 옵션 시장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하루에 1조1천747억원을 거래하던 개인 투자자의 거래량은 4천675억원으로 4년새 절반 넘게 줄었고, 6천억원 넘게 거래하던 금융투자자도 불과 1천500억원 안팎의 일평균 거래대금을 기록하고 있다.

보험과 은행, 연기금의 투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비슷한 거래량을 기록하며 명맥을 유지하던 외국인도 옵션 시장에서는 절반 가까운 거래량 감소를 기록했다.

세계 1위를 내다보던 우리나라 장내 파생상품 시장이 2011년 이후 대규모 투자자를 잃은 것은 단연 옵션 승수 인상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떠난 투자자들은 해외 시장을 찾았다. 규제를 피해 국내보다 레버리지가 큰 해외 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사례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국내보다 해외 파생상품 시장에서 투자 대안을 찾고 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투자자와 연기금이 더이상 코스피200 선물·옵션을 거래하지 않는다는 데 주목했다.

A 증권사 파생 담당 연구원은 "개인투자자가 해외 파생 시장을 찾아 떠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금융투자자와 연기금이 선물옵션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이 시장이 정말 경쟁력을 잃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금융투자자의 경우 개인과 외국인에 버금 하는 선물시장 투자주체였는데 이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상품 거래와 자금 운용에서 코스피200 선물·옵션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규모는 작았지만, 국내 어느 시장에서도 뒷받침 역할을 하던 연기금도 더 이상 이 시장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옵션 승수를 비롯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하는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B 증권사 파생담당 임원은 "금융당국이 선물옵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상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옵션 승수 인상을 해제하는 것만큼 효과가 있는 활성화 방안은 없다"며 "국내 금융시장 중 세계 1등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시장은 파생상품뿐이었는데, 이 시장을 스스로 규제해 투자자를 잃는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꼬집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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