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김대도 기자 = 국내 대형 건설사는 2~3년간 해외 플랜트 수주를 급격하게 늘리면서 외형확장에 성공했지만 최근 수익성이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2009년부터 중동 지역에서 대부분 저가로 플랜트를 수주한 여파가 이제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10일 분석했다.

특히 쿠웨이트 LPG 가스공장(fourth train) 프로젝트 등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수주한 중동플랜트 사업장에서 주로 원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7.7%에 불과했던 국내 건설사의 중동 지역 점유율은 2010년에 15.4%로 두 배 넘게 확대됐다. 공종별로는 석유화학 등 화공플랜트(비중 56%)에 치중됐다. 다음으로는 발전ㆍ전력(20%)이다.

금융위기 후폭풍을 맞은 대형 건설사들은 몇년간 국내 주택사업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대량의 현금이 필요했다. 해외 플랜트 수주는 건설사에 '오아시스'였다. 수주를 하게 되면 발주처로부터 선수금으로 대량의 현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계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해외시장에서 호황을 누린 시기에 유입된 선수금 누적 규모가 20조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과거 수주에만 중점을 뒀던 건설사들의 전략은 이제 '부메랑'으로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가율 관리에서 국내 최고인 대림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제한 매출총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인 매출총이익률(GPM)이 대림산업은 작년 해외플랜트에서 16.2%를 보였다. 경쟁업체인 현대건설(8.7%)과 GS건설(11.2%), 삼성엔지니어링(11.2%)보다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조짐은 작년말부터 나타났다. 대림산업은 작년 4분기 10.3%, 올해 1분기 해외플랜트 부분의 GPM이 10.7%로 낮아졌다. 작년 3분기 해외플랜트 GPM이 무려 22.7%일 정도로 원가율 관리가 훌륭했던 것에 비하면 실망스럽다는 게 외부의 평가다.

이는 지난 2010년에 수주한 1조원 규모의 쿠웨이트 LPG 가스공장 등 원가율이 높은 해외사업장의 매출이 작년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인식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4년짜리 공사는 착공을 시작한 해에 전체 매출 규모의 14%, 그다음 해부터 24%, 52%, 10%의 순서로 인식된다. 따라서 대림산업의 원가율 개선은 당분간 힘들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A증권사 건설부문 애널리스트는 "LPG 가스공장 사업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2013년까지는 계속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플랜트를 포함한 전체 GPM이 지난 1분기에 11.5%를 보여, 올해 삼성엔지의 목표치인 12.3%에 밑돌았다. 2009년 15.3%에서 2010년 15.3%, 작년 11.6%로 낮아지는 등 지속적인 감소추세에 있다. 작년 4분기에는 해외 부문 원가율이 92.6%까지 치솟기도 했다. 작년 3월에 수주한 샤이바 가스(Shaybah NGL) 플랜트 등의 영향이다.

현대건설도 해외부문 GPM이 작년 2분기 11.3%에서 3분기 10.6%, 4분기 4.0%로 급격히 줄어드는 등 원가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 지난 2010년 7월에 수주한 쿠웨이트 오일 컴퍼니(KOC) 배관공사(1조7천억원)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1분기는 10.7%를 보이며 수익성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그외 증동지역에서 플랜트 공종에 강점이 있는 건설사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GS건설은 지난 2010년 전체 GPM 13.4%에서 작년 11.3%로 소폭 내렸다. 해외부문 원가율이 작년 3분기 86.7%에서 4분기 92.3%로 5.6%p나 올랐기 때문이다.

SK건설도 국내외 플랜트 부문 GPM이 지난 2009년 12.6%, 2010년 15.5%에서 작년 10.8%로 낮아졌다.

반면 대우건설은 지난 2010년 1.8%의 GPM을 보일 정도로 취약했으나, 작년 9.5%(해외 9.0%), 올해 1분기 11.6%를 보이며 수익성 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2~3년간 사우디와 UAE 등에서 저가 수주한 영향이 대형사들의 GPM에 당분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중동지역을 벗어나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으로 현장을 다변화시켜 선별 수주한다면 충분히 마진이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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