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 이슈와 관련해 지나치게 엄정한 기준에 입각해 공단을 재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일본 기업에 투자한 규모는 약 16조원이다.

지난 5일 열린 국민연금 국감에선 이와 관련해 공단의 전체 일본 기업 투자자금 중 약 3분의 1 수준인 4조5천억원이 전범기업 등에 투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전기 등 군수기업 21곳에 1조2천억원, 전범기업으로 분류된 97곳에 3조원 이상이 투자됐다는 내용이다.

일부 의원은 이에 대해 '국민연금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사회책임투자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가 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한반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를 해왔다"고 질타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그러나 국민연금의 정체성과 투자처로서 일본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의원들의 지적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먼저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자산운용수익률을 제고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기관투자자라는 점이다.

2013년 제3차 국민연금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기금운용 수익률을 연평균 1% 높이면 보험료율을 2.5%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비슷한 재정안정 효과가 있다.

기금규모는 오는 2043년 2천561조원으로 고점을 치고, 2044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난 후 2060년 고갈될 전망이다.

기금고갈시점을 늦추려면 연금 수급자가 받을 돈을 줄이거나, 내야 할 돈을 늘리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데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면 이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다.

더욱이 일본은 국민연금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투자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국가별 수익률 분석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일본(13.6%)은 중국(14.6%)에 이어 수익률이 두 번째로 높은 시장이다.

국감에서 전범으로 분류된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범기업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은 높은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일본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을 직접 운용할 때 인덱스펀드 위주로 패시브하게 운용하고 있다"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을 인위적으로 높거나 낮게 가져가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기관투자자로 성장한 만큼 국제 기준에 맞춰 사회책임투자 기준을 정비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기준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치관, 역사관 등은 배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은 국감에서 "실무적으로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며 "(다만)전범기업에 투자하지 않으면 일본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실무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언급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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