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업팀 = 동반성장위원회가 10일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실천이 미흡하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7개 대기업들은 겉으로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하다.

현 정부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협력사간 동반성장이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고,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던 것에 비춰 볼 때 이번 발표가 '나쁜 기업'으로 낙인 찍히는 계기가 될 경우 평판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서다.

동반위는 이날 제16차 본회의를 열어 56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2011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56개 대기업 가운데 기아자동차ㆍ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ㆍ삼성전기ㆍ삼성전자ㆍ포스코ㆍ현대자동차 등 6개 대기업이 '우수' 등급을 받아 동반성장에서 양호한 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반해 동부건설ㆍ한진중공업ㆍ현대미포조선ㆍ홈플러스ㆍ효성ㆍLG유플러스ㆍSTX조선해양 등 7곳은 평가등급 중 가장 최하위군인 '개선' 등급으로 평가돼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우수' 등급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분야 직권ㆍ서면실태조사를 1년간 면제받고 기획재정부의 공공입찰시 가점을 받으며, 국세청으로부터 모범납세자로 선정될 경우 우대를 받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반면에 '개선' 등급 기업은 이러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다.

동반위는 '개선' 등급을 받은 기업일지라도 동반성장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기업이며 특별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개선' 등급에 해당 기업들은 일종의 '평판도' 조사에서 낙제를 받았다는 인식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매우 억울하고 지수평가제도 자체도 매우 불합리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 동반성장 하면 자금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우리 같은 경우는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마케팅 능력 배양이나 해외시장 개척 측면의 동반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 것이 평가가 잘 안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동반성장지수 산출에서 자금지원 배점 항목은 50∼70점에 달했던 반면에 해외시장 개척 등의 배점은 3∼4점밖에 되지 않았다.

'개선' 등급을 받은 기업 가운데 익명을 요청한 한 기업의 관계자도 "이번에 발표된 지수는 평가 배점 중 자금지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면서 결국 돈 많은 회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 구조로 돼 있다"면서 "각 회사별 특성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협약 평가 결과와 체감도 평가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는데도 설문조사 방식으로 평가를 한 게 적합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3곳이나 '개선' 등급에 포함된 조선사들도 불만이 크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정량적 평가 부분에서는 우수나 양호한 수준을 받았는데 정성적 평가에서 미흡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추진해 온 동반성장 정책을 보면 그런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동반성장에 큰 노력 기울였다. 상생펀드는 최근 3배로 규모를 늘렸고 작년에는 협력사에 전액 현금을 지급했다. 조사 샘플링을 달리 했다면 양호 정도의 등급을 받았을 것이다"며 조사 방식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진중공업과 STX조선은 "시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수주 물량도 줄고 (동반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좋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기업은 "그래도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는데 결과가 좋지 못해 아쉽다"고도 했다.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세번째 등급인 '보통'을 받았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양호' 등급을 받았다.

국내 조선사 가운데 최상위 등급인 '우수'를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평가 결과에 불만이 가득하지만 반발로 인한 평판도의 추가 저하 우려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동반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그룹내 3개 조선사는 모두 같은 양호 등급이라 생각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내년에는 더욱 좋은 등급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효성은 "이번에 일부 미비하다고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STX조선도 "그간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꾸준히 잘 운영해 왔다. 업황이 조금 더 개선되면 동반성장에서도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어렵다보니 애초 계획했던 동반성장 사업 추진이 미흡했다"면서 "앞으로는 열심히 동반성장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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