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이 은행 대출을 부양하기 위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도구를 또다시 꺼내 들면서 중국판 양적완화가 시행된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잇따른 대규모 부양책에도 경기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번 정책 역시 실물 경기를 떠받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인민은행은 웹사이트 공지문을 통해 실물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신용자산담보재대출'의 시범 시행 지역을 기존 2곳에서 9곳을 추가해 11개 지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신용자산담보재대출은 상업은행들이 인민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사용하는 담보로 신용자산, 즉 대출의 사용이 허용되는 것으로 시범 시행 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더 많은 은행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은행들은 인민은행에서 빌린 자금으로 중소형 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해 실물 경기를 떠받치게 된다.

인민은행은 작년 산둥(山東)과 광둥(廣東) 지역에서만 허용되던 해당 정책을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랴오닝(遼寧), 장쑤(江蘇), 후베이(湖北), 쓰촨(四川), 샨시(陝西), 베이징(北京), 충칭(重慶) 등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행국제의 재키 장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를 두고 시장에서는 중국판 양적완화로 해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승리증권의 왕 충 애널리스트는 "이는 정확히 양적완화는 아니지만, 중앙은행이 여전히 신용 조건 완화를 통해 경제를 자극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소재 투자은행인 UOB 케이 하이안 홀딩스의 주 차오핑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정책을 "중국식 양적완화 시행을 위한 잠재적 도구"라며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민은행의 해당 정책이 미국이나 유럽이 시행한 국채 직접 매입 방식의 양적완화와는 크게 다르지만, 은행들의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신용을 제공한다는 중앙은행의 목표는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판 양적완화 시행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초 재정부가 지방정부들에 1조위안(약 180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허용,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고금리 채무를 차환(리파이낸싱)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채무 교환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중국판 양적완화 정책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일부 언론들은 중국 당국이 지방채무를 직접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증폭이 확대되자, 주광야오(朱光耀) 재정부 부부장이 나서 금융시장에서 제기된 '중국판 양적완화' 시행 관측을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잇따른 정책에도 자본유출은 가속화되고, 경기는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당국의 우려도 깊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WSJ는 이번 조치는 경기 둔화에 대한 당국의 우려를 반영하는 동시에, 인민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더는 대규모 자본 유입에 의존할 수 없게 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줄 정도로 역내 자본 유출이 심화되면서 인민은행이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직접 대출과 같은 방식으로 정책을 선회했다는 설명이다.

WSJ는 그럼에도 인민은행이 지금까지 취한 비전통적이며, 선별화된 완화 조치는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정책들이 실패하는 이유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민은행이 최근 시행한 은행 설문조사에서 3분기 대출 수요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상해농업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행정적 조치로 대출을 촉진할 수는 없다"며 "대출은 시장 환경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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