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가수 이효리가 대우증권 광고에 등장했던 2009년, 업계는 적잖이 놀랐다. '바르고 점잖은' 이미지를 강조해 온 금융권 광고에 발랄한 아이돌 스타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대우증권은 온라인 증권거래를 앞세운 다이렉트 상품에 솔직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가진 이효리가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신한금융투자는 '허구연·박진영', '타블로·강혜정'을, 대신증권은 이문세를, 삼성증권은 '이경규·김태원·김국진·김성민·이윤석·이정진·윤형빈'으로 구성된 KBS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전 멤버를 내세운 스타마케팅에 나섰다.

당시 광고 기획을 담당했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광고도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2009년부터 온라인 거래를 앞세워 증시가 활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일상에서 접하기 쉽고 건강한 이미지의 스타 마케팅이 대세를 이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서서히 거래대금이 줄고 지수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스타마케팅은 사라진 듯했다. 모델 기용에만 수 억원이 드는 CF 대신, 증권사들은 SNS를 활용한 틈새 광고에 나섰다. 재밌고 신선한 내용으로 잠깐이라도 고객의 눈을 사로잡는 게 목적이었다.

그렇게 사라진 줄 알았던 연예인들이 최근 증권사 광고에 다시 등장했다.

삼성증권은 차승원을 내세운 시리즈 광고를 연속 방영했다. 이현세 화백 등 연예인보다는 장인의 느낌을 강조해 온 한국투자증권은 김성령을 내세웠다. 신한금융투자도 이하늬가 등장한 CF를 선보였다.

다시 등장한 스타 마케팅은 시장의 호황을 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들은 고액자산가보다는 HTS와 MTS로 직접 온라인 거래를 하고, 은행 창구에서 펀드와 랩을 찾아서 가입하는 고객들을 노린다.

A 증권사 마케팅 임원은 "예전에는 연예인이지만 고급스럽고 신뢰가 가는 이미지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친근한 일상의 스타를 기용하는 게 추세"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시장이 연초보다 다소 주춤해졌지만, 과거에 비하면 아직 반등할 여지, 거래대금이 더 늘어날 여지는 충분한 상황"이라며 "이런 시기에 적절한 연예인 마케팅은 고객은 물론 회사의 이미지를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B 은행 PB센터 지점장은 "고액자산가들은 이미 자신의 자산을 알아서 리밸런싱 해주는 전문가가 있어 직접 기사를 찾아 읽거나 은행을 방문하는 등 능동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TV나 SNS 등의 광고 마케팅은 금융자산 5천만원 이상, 사회생활 5년차 이상의 30대 전후 고객"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장은 "이들은 작은 수익률 변화에도 민감하고 스스로 결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개인의 자산은 크지 않지만, 다수가 해당하는 만큼 금융회사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고객층"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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