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의 구리선물 거래량이 7월 초 이후 폭증했다.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당국이 주식선물 거래를 규제하면서 투자자들이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약세 베팅을 구리선물로 옮기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7월 초 이후 주가지수선물 거래량은 하루 6만5천계약 수준으로 급락한 반면, 구리선물 거래량은 거의 두 배 가량 늘어난 하루 71만계약에 달했다.

콜럼비아 트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도노라 매니저는 "중국 주식 거래에 대한 규제가 시행된 직후 (중국 트레이더들이) 대규모로 구리를 매도했다"며 구리선물 시장이 "위험을 매도하는 통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시장의 한쪽 거래가 중단되면 다른 쪽을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대안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43%가량 폭락했다.

당국은 이러한 패닉의 원인을 '악의적인 공매도'에 있다고 보고, 주가지수 선물거래의 증거금 비율을 인상해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는 등 주가지수 선물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주가지수선물 거래량은 하루 백만계약을 넘었던 데서 수만계약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구리선물 거래량은 9월7일 30만계약을 밑돌 던 데서 9월9일에는 130만계약으로 크게 늘었다.

선전의 장청투자의 시아오 차오지앙 매니저는 9월 정부 당국의 단속 이후 주가지수선물에서 1천만위안의 자금을 빼고 대신 구리와 아연 가격에 대한 하락 베팅을 늘렸다고 말했다.

구리 가격은 중국 주식시장의 매도세가 절정이던 8월 말 당시 6년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후 더 많은 중국 투자자들이 원자재 거래로 투자처를 이동하면서 재차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 16일 구리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407달러를 기록해 올해 들어 15% 하락했다.

특히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차익거래를 노리는 투자자들도 크게 늘어났다.

구리 가격 변동성은 9월 들어 올 초대비 40% 증가했다.

뉴욕 뉴포트 커머더티의 한 금속 트레이더는 상하이시간으로 저녁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뉴욕과 런던시장이 열리는 동안 중국 트레이더들이 늦게까지 깨어 거래에 나선다고 귀띔했다.

중국 구리선물 거래 증가로 런던과 뉴욕의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맥쿼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6억3천700미터톤에 맞먹는 구리 선물거래가 이뤄졌으며 이는 이전 역대 최고치인 작년 7억3천700만미터톤에 육박했다.

상하이의 구리선물 거래는 이 중 47%에 달한다.

그러나 구리가 하락은 글렌코어 등 원자재 업체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세계적 원자재업체인 글렌코어는 최근 구리 광산 두 곳을 매각하는 등 구리 가격 하락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글렌코어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의 20%를 구리에서 얻을 정도로 구리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가격 하락으로 글로벌 구리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씨티그룹은 올해 글로벌 생산량이 악천후와 노동자 파업 등으로 160만미터톤가량 감소했다며 구리가격이 내년 말에는 파운드당 3.0391달러까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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