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6.9%는 중국 정부와 시장이 모두 원하는 값으로 분석된다. 시장참가자들은 6.9%라는 숫자가 뉴스 헤드라인에 떴을 때 놀라기보다는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애초 예상했던 6.6~6.8%보다는 높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로서도 시장이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아 안도했을 것으로 보인다. 6.9%라는 수치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일종의 '골디락스 숫자'다. 골디락스는 성장세가 지속되더라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상황을 말한다.

중국 정부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바오치(保七)'로 대변되는 성장률 목표치 7.0% 부담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중국 정부가 7%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맞닿아있다. 7%를 꼭 맞춰야 하는 게 아니라 6.8~6.9%의 성장률도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4분기에 중국이 6% 후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한다 해도 시장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큰 그림으로 보면 중국의 성장률이 7%가 될지, 6% 후반이 될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국 경제는 이미 10%대의 고도성장 국면에서 벗어났을 때부터 지속적인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성장률 둔화라는 얘기다. 성장률은 낮아지지만 경제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고, 제조업중심의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중이기 때문에 성장률 감소 자체에 놀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가 1970~80년대 고도성장기를 지나 90년대 후반 7~8%대의 성장률을 거쳐 2000년대 3~4%대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졌으나 경제의 체질은 좋아졌던 것처럼 중국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이면에 첨단기술(IT) 산업, 환경, 신재생 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군이 발전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 경제가 이런 과정에서 연착륙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10%에서 7~8%의 성장률로, 다시 5~6%의 성장률로 차근차근 내려오면서 경제체질을 변화시킨다면 크게우려할 상항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3~4% 수준의 성장률로 경착륙한다면 세계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질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성장률을 근거로 경착륙 걱정에서 벗어났다고 진단하는 것같다. 중국 성장률의 감속 추세가 6~7% 언저리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중국은 경제 연착륙을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산업구조 개혁과 질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단서가 있다. 중국 통계의 신뢰성이다. 중국은 그간 성장률 통계를 입맛에 맞게 조작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번 3분기 성장률 통계치 역시 자신들과 시장을 모두 만족시키는 적정한 숫자를 골랐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통계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연착륙 기대는 헛된 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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