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JP모건체이스가 파생상품 거래에서 큰 손실을 본 것은 '런던 고래'라는 트레이더의 대규모 신용부도스와프(CDS) 베팅 때문이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인정한 대로 이 베팅에 대한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고 관리하지 못한 경영진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20억달러 손실이 발생한 곳은 JP모건의 최고투자책임실이다. 런던에 있는 최고투자책임실은 은행의 위험을 관리하며 자산과 부채 간 균형을 맞추는 업무를 담당한다.

JP모건은 2분기에 2억달러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지만 파생상품 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2분기에 많게는 1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

위험을 관리하는 곳이 어떻게 위험을 낳은 것일까.

시장은 지난달부터 JP모건이 CDS에 대규모 베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했다.

외신들은 채권시장에서 '런던 고래'라고 알려진 브루노 익실 JP모건 트레이더가 CDS에 대규모로 베팅하면서 파생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회사채 CDS를 이용해서 기업의 신용도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좋아지는 데 베팅했다. 은행은 통상 약세에 베팅하는 CDS를 이용해 잠재 손실을 헤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익실 트레이더의 베팅은 이례적이다.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런던 고래'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헤지하려고 CDS로 구성된 지수인 CDX 거래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 물가연동채(TIPS)를 매수하면서 회사채 CDS를 매도하는 방법으로 TIPS의 저금리를 회사채의 높은 금리로 극복하려 했다는 것이다.

3월 말부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CDS 시장이 '런던 고래'의 강세 베팅과 반대로 흘렀고 '런던 고래'는 이때부터 갑자기 매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3일 콘퍼런스 콜(전화 회의)에서 '런던 고래'가 형성한 대규모 베팅이 '찻잔 속의 태풍'이라면서 시장의 걱정이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몇몇 JP모건 직원들은 은행이 어떤 시장 여건에서도 작동하는 전략을 시험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평가절하하던 다이먼 CEO는 한 달 만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인정하고 관리, 감독이 소홀했다고 말했다.

한편 JP모건에 몸담았던 경영진들은 런던 고래가 아니라 아킬레스 마크리스가 은행의 신용 위험을 높인 대규모 헤지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계 미국인인 마크리스는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 바서스타인(DrKW)에서 자기거래를 담당하다 2006년에 JP모건에 영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고투자책임실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전 경영진들은 이 은행 내부 정보를 잘 아는 인사들로부터 수집한 정보에 근거, 마크리스의 베팅 일부가 너무 커서 JP모건이 손실 없이, 그리고 금융시장 교란 없이 이 베팅을 청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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