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코스피가 5월 들어 약 3% 이상 하락세를 보인 것은 그리스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유럽 위기가 재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유럽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8거래일 연속 유가증권 시장에서 총 1조8천억원가량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리스가 정치 불안으로 긴축정책을 지속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14일 증시 전문가들은 그리스 문제로 당분간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국내 증시는 이미 유럽 문제에 대해 내성을 갖고 있는 만큼 하방 경직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0일(현지시각)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추가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그리스 총선 결과 긴축안을 주도해온 신민당과 사회당 연립 정부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데 따라 차기 정부의 긴축안 추진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타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에 긴축을 지속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그리스 정책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이사회는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금융 중 6월까지 지원될 예정인 52억 유로 가운데 42억유로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최악의 경우는 유로존 탈퇴를 추진하는 극단적인 세력들이 그리스 정권을 차지하거나 신재정협약이 전면 재협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의 정치적 문제가 최근 지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그리스가 기존 합의한 내용을 어기고 유로존을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며 지수 하락폭을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주에도 그리스와 스페인의 불안, 유럽 신용등급 강등 우려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 결과도 증시 혼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독일 메르켈 총리와 더불어 신재정협약을 이끌어냈던 사르코지가 패배하면서 유럽 재정위기를 다뤄가는 정치적 리더십에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양대 선거 이후 시장은 정치 충격에 혼란스러운 모습"이라며 "유럽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동시에 충격을 받고 있으며 특히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시장 주식시장에서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아직 유럽 선거 이후 혼란은 진행형"이라며 "당분간 금융시장에 정치적인 일정에 따른 영향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리스가 재선거 국면을 맞게 된다면 6월 17일 재선거 시점까지, 그리고 6월 10일 프랑스 총선도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이상 유럽의 정치 일정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예전보다 개별 국가가 유로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곽중보 연구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유럽국가 한 곳만 망하면 유럽 전체가 위험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히 강했지만 지금은 그리스 한 국가가 유럽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된 편"이라며 "그리스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극단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곽병렬 연구원도 "유럽의 리더십 재정비에 따른 성장전략 추가 여부와 스페인 문제에 대한 유로존 지도부의 정책적 배려, 미국의 봄철 소비경기 회복 가능성 등의 요인은 중립 이상의 결과물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돼 코스피의 하방경직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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