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국내 전문가들은 26일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한 것은 시장의 기대를 웃돈 조치라는 점에서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경기부양 효과가 이전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리 인하는 즉각적인 부채 위험을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중국에서 활황세이던 경기가 갑자기 냉각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경착륙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위안화 대출 기준금리를 연 4.35%로, 같은 만기의 예금 기준금리는 연 1.50%로 각각 25bp씩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1월 이후 여섯 번째다.

인민은행은 또 위안화 예금 지급준비율을 17.5%로 50bp 낮췄다. 중국의 지준율이 인하된 것은 올들어 네 번째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이 같은 통화완화 정책을 편 것은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는 한편, 예금금리 상한선 폐지로 자금의 효율적 분배를 촉진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금리·지준율 동시인하와 예금금리 상한선 폐지 배경은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또다시 통화완화 정책을 편 데는 경기 하강 방어 목적이 가장 크다고 진단했다.

지난 3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년 만에 7%를 밑돌았다. 특히 올해는 12차 5개년의 마지막 해인 만큼 경제성장률 수치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4분기 경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인금 동부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서비스업 등 일부 산업의 호조에도 제조업과 건설업 등 기존 전통산업의 부진으로 올해 성장률이 7%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금리자유화는 은행 간 경쟁과 중소기업 대출 유인 확대를 통해 자금의 효율적 배분을 촉진해 경기활성화와 금융 개혁을 지원하려는 조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배경은 유동성 경색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그동안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 유출과 외국환평형기금의 감소로 시중 유동성 공급의 필요성이 증가한 상황"이라며 "더불어 10월은 집중적인 세금납부 시기이므로 시중 은행의 유동성 급감을 상쇄하려면 돈을 충분히 시중에 풀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시키기 위한 작업도 한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예금금리 상한선 폐지는 다음 달 초 IMF에서 위안화를 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시키는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또 "예금금리 상한선 폐지에 따른 위험과 충격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금리와 지준율을 동시에 인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 경기부양 효과 이전보다 더 클 수 있어

전문가들은 이전까지 중국 정부가 여러 차례의 통화완화 조처를 했음에도 시중의 유동성 증가와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이번에는 다소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이번 금리 인하 조치를 통해 총 7천억 위안 정도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치에서 특이한 사항은 삼농(三農), 소기업 지원규모가 일정 조건에 부합한 금융기관에 지준율을 50bp 더 인하했다는 것이다. 삼농은 농민·농촌·농업을 말한다.

이는 지난 10일 중국 중앙은행이 취한 '신용자산담보 재대출 적격 담보물의 종류와 시범지역 확대'와 같은 정책 방향으로, 인민은행이 지방의 삼농,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의미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나 지준율 인하와 같은 범용조치와 함께 특정 부문에 맞춤형 지원조치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통화완화 조치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효과적이고 즉각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부동산 개발업자는 물론 주택대출 소비자로서도 이자 부담이 감소한다"며 "소비자는 100만위안을 20년 동안 상환하면 월별로 138위안의 이자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하락은 즉각적인 부채위험과 경착륙 우려를 낮추고 저금리 기조의 수혜는 실물경제보다는 금융과 부동산 시장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유동성 효과를 통해 주식과 채권투자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상승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 성장주와 하이일드 회사채에 대한 쏠림이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여전

전문가들은 현재 실질예금금리는 제로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실질예금금리가 마이너스(-) 1.3%까지 하락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더 사용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내다봤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반등해 명목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며 "물가가 워낙 낮아 아직 실질금리는 플러스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그동안 통화완화 조치가 크지 않았음에도 중국 정부가 조치를 계속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성장 부양 의지가 그만큼 강함을 시사한다"며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더 사용할 여력이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당분간 추가 통화정책 완화가 예상된다"며 "다만 여전히 과도하게 높은 지준율 인하가 우선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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