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모처럼 1%대로 복귀한 3.4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인디언서머(Indian summer)'와 많이 닮았다. 인디언서머는 가을이 깊어가면서 겨울이 오기 전에 잠깐 여름날 같은 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이상 기후를 일컫는다. 긴 추위가 오기 전에 잠깐 찾아온 따뜻함이다. 하지만 잠깐의 따뜻함에 미혹되면 다가오는 추위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2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감안해야

우리는 지난 3.4분기에 내수회복을 바탕으로 1.2%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가 각각 1.1%, 1.9%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 2012년 1·4분기 이후 처음으로 1%대의 증가세를 보이며 내수 회복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편성 등 비상대책이 약효를 발휘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2분기 성장률이 메르스 사태 등으로 0.3%에 그치는 등 워낙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부문에선 분기성장률을 연간기준으로 1% 포인트 끌어올리는 등 성장세를 이끈 부동산이 가계대출을 폭증시켰다는 그림자도 있다.

◇수출은 뒷걸음질…내년엔 더 어려워

전통적인 성장동력인 수출은 마이너스 0.2%로 역성장하면서 오히려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월별 수출은 금액기준으로 지난 9월까지 무려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역성장 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저유가가 고착화된 데 따라 석유화학 부문과 조선업종은부진의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에만 5조3천여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며 채권단의 도움이 없으면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조5천억원, 현대중공업 6천억원 등 조선업종 빅3가 7조4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국의 수출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잇단 대규모 손실로 2011년 7월22일 장중 고점 28만1천원으로 고점을 기록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주말 2만750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주가가 고점대비 7.3% 수준으로 떨어진 삼성엔지니어는 생존을 걱정할 지경이 됐다.>



저유가가 고착화되면서 달러박스 역할을 했던 해외건설업도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삼성그룹의 주요 건설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에만 무려 1조5천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면서 자본잠식 위기에 내몰렸다. 올해 마땅한 수주 실적도 없어 삼성엔지니어링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주요국 중앙은행 꼬리내릴 정도.. 내년 글로벌 경기 어렵다

저유가에다 유효수요 부족으로 내년에도 수출은 나아지기 힘들 전망이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완화적 통화정책을 강화하거나 긴축 정책 선회를 미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PBOC)는 지난 주말 1년만기 위안화 대출 기준금리를 0.25% 내린 4.35%로, 1년만기 예금 기준금리도 0.25%포인트 내린 1.5%로 조정하고, 적격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지급준비율도 0.5%포인트 낮췄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지난 주말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 도입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정책금리 인상 방침에서 멀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내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관련이 깊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우리는 좀비기업들의 구조조정이라는 숙제까지 떠안게 됐다.

금융당국이 좀비기업 솎아내기를 장담하고 있는 만큼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에 버금가는 기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고용 부진이 불가피하고 가계의 가처분 소득도 줄어드는 게 정해진 수순이다.

겨울을 앞두고 반짝 찾아온 인디언서머처럼 3분기 성장률 회복을 즐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경제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월동 준비가 필요한 시점인듯싶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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