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본 대부분이 직접투자보다 금융자본이 많아 신흥국 대비 자본유출입이 상당히 잦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입 속도 역시 신흥국보다 빨랐다.

한국은행은 13일 '자본 자유화 이후 한국의 자본이동 행태 BOK이슈노트'에서 2000년대 한국으로 유입되는 자본 중 수시유출입성 자본 비중이 83%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이는 신흥국 평균인 4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수시유출입성 자본은 장기적으로 머무는 직접 투자와 달리 주식투자, 채권투자, 차입 등 금융 투자에 따른 것으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크다.

자본 유입 속도도 신흥국 평균보다 약 1.5~2배 정도 빠르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김준일 부총재보는 "주식투자는 유입 규모 차이가 큰 점이, 채권투자와 차입은 유입기간이 짧은 점이 속도 상승의 주된 요인"이라며 "유입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한국 금융시장이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시장에 금융 투자를 목적으로 들고나는 자금은 채권투자와 차입이 주도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채권투자와 차입의 경우 호황기에는 자본유입이 증가하고 불황기에는 자본 유입이 감소하는 경기순응성과 실물경기에 대한 선행성이 뚜렷하게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즉, 2000년대 이후 경기가 호전되기 1~2분기 전에 채권투자나 차입자금 유입이 증가했고 이 자금이 감소할 때는 1~2분기 후에 경기가 후퇴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반면 직접투자와 주식투자는 경기 역행성을 보이는 한편 실물 경기에 대한 선행성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직접투자는 경기선후행 여부가 투자기간에 따라 달라지나 주식투자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향후 경기상승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이동시킴에 따라 경기후행성이 명확하다. 경기가 하락하고 1~3분기 후에 주식투자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자본유입은 실물 경기와 양(陽)의 상관관계를 갖는 경기순응성이 관찰되는데 채권투자와 차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외국인 자본유입에 따른 경기변동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채권투자나 차입같은 부채성 자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단기적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차입을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은은 "수시유출입성 자본은 금융불안시 빠른 속도로 유출되므로 이에 대비해 금융기관들이 자체 유동성 완충장치를 갖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금융기관의 대외자산 운용능력을 확충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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