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선 대략 400만원이 넘어가는 자전거를 '기함급'이라고 부른다.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본관 지하 주차장에는 거의 매일 아침 이런 `기함' 자전거 한대가 세워져있다.

다른 자전거도 많지만, 후광이 다르다.

브랜드는 에디먹스(EDDY MERCKX). 20세기 최고의 사이클 선수로 꼽히는 에디먹스가 만든 자전거 브랜드다.

에디먹스 완성차 가격은 보통 400만원대다. 프레임만 사려고 해도 최소 200만원이든다.

바퀴도 예사롭지 않다. 에디먹스를 빛나게 하는 바퀴는 캄파놀로(Campagnolo)라는 브랜드 제품으로 350만원~400만원으로 정도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자전거 매니아라면 한번쯤 탐낼 물건이다.

매일 아침 금투협 자전거 매니아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이 기함급 자전거의 주인공은 황영기 회장.

황영기 회장은 우면동 자택에서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반포 한강공원에서 내려 이 자전거로 출근한다.

황 회장은 반포 한강공원에서 여의도까지 거리도 짧아서 일부러 강을 건너 마포대교로 넘어온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들에겐 `부르주아지 취미'라고 질타를 받을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지난 2010년경부터 인기를 끈 로드(Road) 자전거는 입문용이 60만~100만원 정도다. 무게를 줄이고자 탄소 섬유(카본)로 만든 자전거를 사려고 하면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황 회장처럼 바퀴까지 카본으로 바꾸면 400만~600만원은 기본이다.

김철배 집합투자서비스본부 전무, 김경배 경영지원본부장도 인천 서해 갑문까지 달리는 자전거 매니아다.

입주사 중엔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실장도 자전거 출근족이다.

금투협 지하 1층에 있는 체력 단련실 샤워실에서 황 회장을 목격했다는 임직원들도 한둘이 아니다. 10km 이상을 달리고 왔으니 샤워는 필수다.

일부 입주사 직원들도 협회장의 에디먹스 못지않은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샤워실을 사용할 수 없어 자전거 출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입주사 직원 이 모(31세)씨의 자전거는 감성을 자극한다는 비앙키(Bianchi) 올트레다. 바퀴까지 합치면 자전거에 들어간 자금은 무려 1천200만원이다.

또다른 입주사 직원 김 모(38세)씨도 500만원을 들여 산 캐논데일(Cannondale)을 타고 다닌다.

건강관리에 앞장서는 금투협 임직원들이지만 진정한 자전거 동호인으로 거듭나기까지는 관문이 하나 남았다.

여기에 내미는 도전장.

진정한 자전거 동호인이라면 남산-북악산을 오르는 '남북콤보'를 3회전 정도는 해줘야 한다.

황 회장을 비롯해 다른 임원들은 아직 남북콤보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한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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