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원 전 신한은행장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이 10개월여 만에 첫 출근길에 나섰다.

2일 오전 서울 광교 신한은행 백년관 사무실에서 만난 서 전 행장은 예전보다 한층 수척해 보였으나 눈빛과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골수이식 수술로 삭발했던 머리카락도 1cm가량 자라나 있었다.

왼쪽 가슴에 단 신한은행 배지도 선명했다.

서 전 행장은 "아침에 배지를 달까 말까 고민했는데, 후배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한 번 신한맨은 영원한 신한맨이라는 생각에 달고 왔다"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는 긴 투병생활 후 건강이 호전돼 명예직인 신한은행 부회장 신분으로 약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사무실로 출근했다.

서 전 행장은 "집에서 쉬다 보니 사람이 몸과 마음이 쳐지더라"며 "앞으로 건강관리 차원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사무실에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투병생활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서 전 행장은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할 몸 상태가 아니었다"며 "병마와 싸운 힘든 기간이었으며 앞으로도 나 자신과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는 신한생명 재직 때부터 인연이 깊다"며 "투병생활 중에도 병문안도 와주시고, 점심도 몇 번 함께 하며 건강 회복에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향후 경영복귀설과 관련, 서 전 행장은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은 현업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일정은 없다"며 "현업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경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지 내가 공식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 전 행장은 "사람 일이라는 게 물 흐르는 대로 살아야 한다"며 "지금은 건강을 챙기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도 해보고 은행장도 4년간 해서 아쉬움은 없다"며 "후임 조용병 행장은 아끼는 후배이고, 어려운 시기에 은행장을 맡아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신한 후배들에게 감사패를 받는 데 대해서도 "쑥스러운 일"이라고 말해 "앞으로 영원한 신한맨으로 남겠다"는 서 전 행장에게서 진심 어린 '신한사랑'이 느껴졌다.

서 전 행장은 2010년 말 신한은행장을 맡아 은행을 이끌어 왔다. 그는 올 초 연임이 확실시됐으나 갑작스런 백혈병 진단을 받아 행장직에서 물러났다. 신한은행이 퇴임한 임원들에게 임기 1년의 비상근 고문을 맡도록 하는 관례에 따라 향후 부회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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