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극심한 조선업황 부진속에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STX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개선 약정 체결을 협의중인 가운데 2조5천억원 규모의 선제적 유동성 확보 방안을 내놨다.

STX그룹은 14일 주채권은행인 산은과의 긴밀한 협의를 갖고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면서 계열사 지분매각과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2조5천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TX그룹이 밝힌 유동성 확보 방안은 크게 다섯 가지다.

우선 STX유럽의 자회사인 STX OSV 매각을 통해 약 1조원 가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STX OSV는 2008년 STX그룹이 인수한 STX유럽(옛 아커야즈)의 특수선 부문 자회사로 해양작업지원선을 전문 제작하고 있고,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알짜 기업이다.

STX그룹은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매각 절차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외신들은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가 유력한 인수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TX그룹 관계자는 "현재 상대방 측과 세부사항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또 STX중공업 등 국내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 매각도 추진한다.

2004년에 설립된 STX중공업은 2008년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고, 산은 등을 상대로 상장전 지분을 파는 프리-IPO도 진행했었다.

그러나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프리-IPO는 실패했다.

STX그룹은 해외자원개발 지분 매각과 함께 STX에너지의 국내 증시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4년간의 해운업 불황에 재무구조가 취약해 진 STX팬오션은 보유중인 일부 비경제성 선박 매각도 추진한다.

그룹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비용절감 등을 추진하는 경영개선 노력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2조5천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작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시장의 우려가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STX그룹이 대규모 유동성 확보 방안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채권단과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을 가급적 피하고, '유동성 위기설'이 재차 시장에 퍼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어서다.

STX그룹은 "산은과 단기 재무개선 방안은 물론 중장기 재무구조 안정화 계획에 대해서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현재 진행중인 협의가 당장 재무개선 약정 체결로 연결될 것이란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룹 관계자는 "업황 불황에 따른 우려의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채권은행과의 원활한 합의를 통해 선제적 재무안정화를 실현하고, 사업부문별 경영실적 확대에 주력해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TX그룹의 주채권 은행인 산은도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STX그룹이 제출한 재무개선 자구계획을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고, 채권 은행들과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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