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좀비기업의 숙주 노릇을 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부실이 누적된 대우조선해양에 무려 4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선 정부가 조선업 부실 원인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어서다.

일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연방기금금리를 올해 안에 인상하려는 이유를 살펴야 한국 조선업 부진의 원인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올해 제로금리 수준인 완화적 통화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27만1천명(계절 조정치)으로 당초 전망치를 10만명 가까이 웃돌면서 금리인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는 셰일가스 혁명이 부른 저유가와 제조업 부활로 세계에서 가장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 금리 인상 동력 가운데 하나인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저유가는 한국 조선업 부진의 진앙지다. 셰일가스 개발로 촉발된 저유가 탓에 해양플랜트 중심의 한국 조선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해양플랜트는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수준이 유지돼야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다.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40~5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해양플랜트 계약 해지 통보가 줄을 잇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 기술이 진화하면서 국제유가는 향후 5~6년간 50~60달러 수준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유가 반등에 따른 한국 조선업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잇단 해양플랜트 계약 취소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3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3사가 확보한 해양플랜트 물량 가운데 계약 취소 사례가 더 발생할 수도 있다.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은 삼성중공업 243억달러(24기), 현대중공업 220억달러(24기), 대우조선 199억달러(22기) 등이다.

미 금리 인상의 또 다른배경인 제조업 부활도 한국 조선업 부진의 숨은 코드로 지목됐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고 미국이 소비 시장이었던 패러다임이 무너지면서 다. 중국이 생산한 제품의 소비 시장을 하던 미국이 자체 생산 비중을 늘려가면서 물동량이 가파르게 줄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머스크사가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맺은 옵션 계약 6척을 취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머스크는 6월 대우조선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발주하며 6척을 추가 계약할 수 있는 옵션을 포함시켰지만 발주를 취소했다. 머스크는 7월 현대중공업에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하며 옵션으로 설정한 8척 계약도 미루기로 했다.

머스크 등의 신규발주물량 축소는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선박 건조량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CGT:compensated gross tonnage)가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된 2013년 이후 큰 폭으로 줄었다. 2013년 6천100만 CGT 수준이던 선박 신규 발주 물량이 미국 제조업 부활이 가시화된 2015년 2천600만 CGT에 그치는 등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내년에는 올해의 절반수준까지 신규 발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가 조선업 부진의 숨은 그림을 찾지 못하면 좀비기업 구조조정의 명분도 살리기 힘들 수 있다. 대마불사(Too-big-to-fail) 말고는 조선업 지원의 명분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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