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150원대 진입하면서 변동성 축소를 위한 외환당국의 움직임도 한층 바빠질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이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률 둔화 등 외형적으로 물가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최우선 정책과제인 물가안정기조를 훼손할 수 있는 각종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150원대로 진입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1,154.70원으로 마감된 지난 1월16일 이후 최고치다.

이처럼 달러-원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은 유로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가 커진 탓이다. 특히 그리스가 총선 이후 연정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불안심리가 증폭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외국인의 투자자금도 달러-원 환율에 상승압력을 가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월 들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달러-원이 상승하면서 외환당국도 이런 움직임을 수수방관하진 않을 전망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0일 외부강연에서 "현 수준의 환율 변동성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경쟁국에 비해 환율의 변동성이 이 정도면 크게 높은 편은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오는 6~7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책당국의 물가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핵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란에 대한 서방국가의 제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월에는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

최근 물가동향에 대해서 박재완 장관이 외형상 지표는 좋지만, 불안요인은 여전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하고, 전일 피치가 신용등급을 1-2년내 상향조정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한국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점도 외환당국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예전보다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에 대한 경계감은 완화된 것도 사실이다. 딜러들도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이 원화의 약세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외환당국이 공격적으로 달러-원 환율을 끌어내리진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5월 들어 14일까지 1.7% 정도 절하됐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아시아 통화들의 절하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 5월 들어 태국 바트화가 2% 절하된 것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링깃화 1.8%, 싱가포르 달러화 1.7%, 필리핀 페소화 1.3% 각각 절하됐다.

또 수입물가 하락도 당국에 대한 경계감을 누그러뜨리는 요인이다. 4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대비로 1.7% 상승하는데 그쳤다. 2010년 3월 -4.3% 이후 최저치다. 이는 환율이 상승하는 와중에도 국제원유와 석유제품 등의 수입가격이 하락하면서 대외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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