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증권사를 중심으로커브 플래트닝 포지션이 빠르게 늘고 있어 과도한 쏠림에 대한 경계감도 확산되고 있다.정치적 불안 등으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라는 우려가확산되는 가운데당분간 한국은행기준금리 변동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외국인과 장기투자기관의 현.선물 동향을 고려할 때 최근의 플래트너 베팅 분위기가 다소 과도하다는 시각도 동시에 늘고 있다.

15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를 중심으로 국채선물 3년물을 비롯해 2~3년 현물을 매도하고 5년과 10년, 20년 현물을 매수하는 공격적인 플래트너 포지션 구축이 크게 늘고 있다. 그나마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기관들은 5-10년 구간의 스프레드 거래에 치중하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들이 국채선물을 대규모로 매도 처분하며 극단적인 플래트닝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국채선물시장에서 증권.선물사는 매도세 일변도를 보이고 있다. 4월 중순 이후 최근 한 달 사이 이들은 단 사흘을 제외하고 전일 매도세를 보이며 약 7만1천계약 이상의 국채선물을 내다 팔았다.





<지난 한 달 간 외국인과 증권.선물사의 국채선물 매매 추이.>



업계에서는 지난 4월 16일 국고10년 입찰을 계기로 증권사의 플래트너 베팅이 구체화됐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당시부터 국채선물의 미결제 약정 규모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등 외국인과 증권사의 국채선물 매수.매도 맞대응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증권사는 10년 현물 등을 사들였을 것이란 추정이다.





<국채선물 3월물의 미결제약정 규모 변동 추이. 지난달 16일 국고10년물 입찰 이후부터 미결제약정이 빠르게 늘고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분위기에 이어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증권사의 플래트너 베팅은 더욱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인하 기대감의 후퇴 속에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과의 힘겨루기도 이와 모두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같은 커브 플래트닝에 대한 쏠림 현상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커브 플래트닝 전략의 성공을 쉽사리 예단할 수 없는 주된 요인은 외국인과 장기투자기관이다.

우선 금리인하 기대감 축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리의 하락세 속에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채선물 미결제 약정 규모가 전일 기준 23만7천290계약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라 매수.매도 포지션 중 한 곳의 스탑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커브 플래트닝 분위기 속에서도 장기물의 실수요자인 장기투자기관의 움직임이 지지부진하다. 은행 투자계정과 보험사 등은 최근 금리 하락 장세에서 철저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투자기관이 당장 매도세를 보일 가능성도 작지만, 최근의 커브 플래트닝 장세에서 가격 부담을 감수하며 추격 매수에 나설 가능성 역시 크지 않은 상황이다.

외은지점의 딜러는 "국내기관, 특히 증권사의 경우 금리 방향성은 '숏', 커브 베팅은 '플래트닝'으로의 쏠림이 다소 과도해 보인다"며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더욱 강화됐을 때 과연 현재의 플래트닝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단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세 등으로 단기 금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장기물을 받쳐줄 실수요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커브는 급격하게 스티프닝으로 되돌림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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