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웅진코웨이,하이마트,한국항공우주,쌍용건설,ING,전자랜드.'

올 상반기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주요 기업들의 목록이다.

이들이 `먹히는 자'라면 `먹는 자'로는 롯데,GS리테일,SK네트웍스,신세계,한진,한화,현대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 인수합병 시장의 특징이라면 수적으로 많은 인수.피인수 후보군들이 나왔다는 점이다. 반면 여느 때완 달리 확연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러브 콜을 받는 매물이 하이마트를 비롯해 웅진코웨이, KAI 정도인데 반해 쌍용건설, 동양생명 등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상태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이유는 기업들이 조심스러워진 탓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여러 사례를 통해서 간접 체험했던 `승자의 저주' 탓에 기업들은 `좋은 물건'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인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19대 총선을 전후한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이러한 기업들의 인수합병 과정의 흐름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느낀다.

총선 직전 새누리당은 기업처럼 당명과 심벌을 바꾸는가 하면, 재창당 주장이 나왔고, `보수신당'으로 분할하려는 움직임도 일었다.

야권은 야권대로 기존의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민주통합당'이 한 축을 형성하고, 진보 진영에선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진보연대 주축을 이룬 ‘통합진보당'으로 양분되더니 이 마저도 일련의 사태들로 다시 분리될 상황이다.

실로 기업계보다 더 활발한 인수합병과 기업분할 작업이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판이다.

그러나 기업과 정치판이 다른 점이 있다면 딱 한가지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위한 것이 대부분의 목표다. 그 결과가 `승자의 저주'가 됐건 합병을 통한 규모의 확대가 됐건 합병과 분할의 의도는 뚜렷하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권 이합집산의 혼돈스런 움직임은 아무런 시너지 효과가 없어 보인다. 오로지 각자의 단편적인 `이(利)'만을 쫓을 뿐이다.

장기적이고 대승적이거나, 국민에 대한 배려나 예의는 찾을 수 없다. 그저 소모적인 움직임이며, 작은 `수 싸움'을 통해 그저 몇집 얻어내려는 저급한 행태로 비화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달 발표한 자료를 보면 조사대상 외국기업들의 70% 이상이 한국 정치권의 혼돈스러운 정책들이 기업환경을 저해한다고 답했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이슈 만큼은 정치권의 합의가 술술 이뤄져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인 것이다.

특히 요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신문과 잡지 지면의 상당 부분과 TV 편성표를 가득 메운 정치 뉴스와 프로그램들에 신물이 나기 시작한다. 너무 비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를 위해 미디어가 일제히 담합해서라도 정치에 관심을 끊어버리고 보도하지 않는 건 어떨까. `정치지상주의'라는 구시대적 환상을 지키고 있는 마지막 주체는 정치인과 미디어 뿐이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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