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3일(미국시간) 뉴욕 유가는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안정을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과 공조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공급 과잉 우려와 달러화 강세로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 대형 제약사 화이자의 주가가 합병 소식에 약세를 보인 것 등에 영향받아 하락했다.

미국 장기물 국채가격은 상승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속도가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편승한 저가성 매입세가 유입된 데다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였고 국채입찰이 긍정적인 모습을 나타낸 영향이다.

다만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2010년 5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해 수익률곡선 평탄화가 지속됐다.

달러화는 시장을 움직일 만한 재료 부재 속에 주요 통화에 보합권 혼조세를 나타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미흡했다.

마르키트는 미국의 11월 제조업 PMI 예비치가 전월 54.1보다 하락한 52.6을 나타내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이어 지난 10월 미국의 기존 주택판매는 가격 상승 등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10월 기존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3.4% 감소한 연율 536만채(계절 조정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535만채에 거의 부합한 것이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1.13포인트(0.17%) 하락한 17,792.6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58포인트(0.12%) 내린 2,086.5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44포인트(0.05%) 내린 5,102.48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중 상승세를 보이던 지수는 오후 들어 내림세로 돌아섰다.

다우지수 구성종목인 화이자가 아일랜드의 보톡스 제조업체인 앨러간과의 합병 소식에 하락세를 보인 데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둔 관망세가 나타난 것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지난주 주요 지수가 급등세를 보인 데 따른 단기 상승에 대한 부담도 지수 하락에 일조했다.

지난주 다우지수와 S&P 500지수는 각각 3.35%와 3.27% 상승했다.

화이자 주가는 앨러간과의 합병 소식에 2.64% 하락했다. 합병 규모는 약 1천600억달러로,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앨러간의 주가는 3.44% 내렸다.

이외에도 다우지수 구성종목인 애플과 골드만삭스가 각각 1.30%와 1.19%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업종별로는 헬스케어업종과 금융업종, 산업업종, 유틸리티업종 등이 내림세를 보인 반면, 소비업종과 에너지업종, 소재업종은 상승했다.

시장 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주식 거래량은 평균의 약 절반가량에 그쳤다. 미국 주식시장은 오는 26일 추수감사절로 휴장하며 '블랙프라이데이'인 27일에는 오후 1시 장이 마감된다.

로버트 W. 베어드의 마이클 안토넬리 주식 세일즈 트레이더는 "주식시장은 추수감사절 주간에 아주 조용한 거래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은 여러 경제 지표 발표에도 추가적인 횡보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는 24일에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발표되며 25일에는 미국의 10월 개인소득과 소비지출 지표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안토넬리 트레이더는 이어 "연말이 다가올수록 많은 시장의 관심이 Fed에 쏠리고 있다"며 "아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몇 주가 남아 있지만, 이미 시장은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일보다 0.97% 상승한 15.62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지난 주말보다 5/32포인트 높아졌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1.4bp 하락한 연 2.248%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3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0bp 떨어진 3.006%를 보였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1.3bp 오른 0.925%를 기록해 201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채가격은 개장 초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 발언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지난 주말 "경기 지표가 계속 양호하게 나온다면 12월이 금리가 인상될 수 있는 견고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6일이 추수감사절로 뉴욕금융시장이 휴장하는 가운데 900억달러 어치의 국채 발행이 예정된 것도 국채가격 하락 재료로 작용했다.

경제지표는 혼조적이었으나 다음달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으로 국채가격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국채가격은 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상승해 하락압력을 받기도 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가격 안정을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및 비 회원국과 협조할 것으로 밝혔다고 사우디 국영통신이 보도했다.

한 시장관계자는 "OPEC이 다음날 4일 산유량 감축을 결정한다면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면서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견인하며 장기 국채가격 하락을 견인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가가 공급 과잉 우려 지속으로 반락함에 따라 유가가 국채가격에 중립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재무부는 260억달러 어치의 2년만기 국채를 입찰했다. 입찰 결과가 나온 뒤 국채가격이 상승했다.

낙찰금리를 연 0.948%로 201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입찰 수요 강도를 측정하는 응찰률은 3.15배로 최근 평균인 3.35배를 하회했다.

해외 중앙은행 등 간접입찰자들의 낙찰률은 45.7%를 보였다. 직접 입찰자들의 낙찰률은 19.0%로 최근 평균인 13%를 웃돌았다.

24일과 25일에는 350억달러 어치의 5년만기와 290억달러 어치의 7년만기 국채가 각각 입찰된다.

오후 들어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여 장기 국채가격 위주로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추수감사절 연휴가 있어 이번 주 내내 거래가 한산할 것이라면서 다음달 금리인상 전망으로 국채가격이 계속 하락압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타 경제지표보다 오는 12월4일 나올 11월 비농업부문 고용 결과가 12월 금리인상을 결정지을 지표가 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이날 경제지표가 국채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11월 임금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다면 연준의 향후 통화긴축 사이클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해 있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3일 오후 4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22.87엔을 기록해 지난 주말 뉴욕 후장 가격인 122.89엔보다 0.02엔 낮아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0626달러에 거래돼 지난 주말 뉴욕 후장 가격인 1.0644달러보다 0.0018달러 내렸다.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파운드당 1.5113달러를 기록해 지난 주말 뉴욕 후장 가격인 1.5193달러보다 0.0080달러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인 달러인덱스(6400)는 지난 주말 종가인 99.619보다 상승한 99.799를 나타냈다.

유로화는 유럽시장에서 유로존 경제지표 호조에도 달러화에 반등하지 못했다.

11월 유로존의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의 53.9에서 54.4로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 조사치 54를 웃돈 것이다.

유니크레디트는 유로존 지표가 호조를 나타냈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에 추가 양적완화(QE)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유로화가 반등에 실패했다고 풀이했다.

은행은 ECB가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하고 Fed가 금리를 인상한다면 유로화가 1.06달러 아래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니얼 타룰로 Fed 이사는 이날 한 경제 전문 매체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혼조적 모습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주말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다음달 금리인상 가능성 발언으로 소폭 강세를 나타냈던 달러화가 엔화에 보합권으로 내려앉았다.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으나 달러화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일본 금융시장이 '근로감사의 날'로 휴장한 데다 오는 24일의 추수감사절을 앞둔 것이 한산한 거래를 부추겼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11월 비농업부문 고용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일방향적 달러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12월4일 발표될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률 등이 달러화의 확실한 추세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주말보다 배럴당 15센트(0.4%) 낮아진 41.75달러에 마감됐다.

유가는 달러화 강세와 전세계 공급 과잉 우려 지속으로 강도 높은 하락압력을 받았다.

달러화는 연준이 오는 12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유로화와 엔화 등에 강세를 보였다.

필립퓨처스의 대니얼 앙 애널리스트는 "달러화와 유가는 역상관관계를 나타낸다"면서 "달러화 강세가 추가로 진행된다면 유가가 약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산유국들과 협조할 것이라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밝혔다는 보도로 유가가 반등하기도 했다.

이날 사우디통신(SPA)는 사우디가 유가 안정을 위해 OPEC 역내 및 역외 산유국들과 공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OPEC 석유장관 회의는 오는 12월4일 열린다.

SPA 보도와 관련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OPEC내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사우디가 OPEC의 산유량 한도를 축소하는 쪽으로 몰아갈 것으로 풀이했다.

OPEC 회원국들은 현재 하루 한도인 3천만배럴을 수개월째 초과 생산하고 있다.

SPA의 보도에도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점유율을 고수하려는 사우디 등의 회원국 때문에 OPEC가 다음달 회의에서 감산을 결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OPEC가 현재 높은 수준의 산유량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 4월 하루 960만배럴에서 920만배럴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 산유량 감소에도 정유사들의 유지보수 등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로 미국의 원유재고는 80여년(미 에너지정보청 자료)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여기에 이란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원유를 수출할 것이라는 예상 역시 전세계 수급 불안정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됐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가 풀리면 하루 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됐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하려면 OPEC가 감산을 단행해야 한다면서 실질적으로 감산이 단행되지 않는다면 유가는 현재의 거래범위인 40-45달러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미국의 산유량이 감소한다면 유가가 50-60달러 범위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미국의 산유량 감소가 유가 반등을 견인하지 못함에 따라 OPEC의 다음달 회의에서 감축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클레이즈는 미국의 산유량이 감소해 수급상의 통계적 과잉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일지라도 원유재고 축적 속도가 가시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은행은 내년 북해산 브렌유 가격 전망치를 올해의 56달러에서 63달러로, WTI 가격을 51달러에서 59달러로 각각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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