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그리스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이탈리아 은행권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15일(현지시간)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그리스 위기가 주변국인 이탈리아로 확산하면 은행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이용해 자국 국채를 가장 많이 매입한 이탈리아 은행들이 취약해질 것을 우려했다.

국채 보유물량의 증가로 국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탈리아 은행들의 자국 국채 익스포저(위험노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에 이어 가장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의 경제상황은 날로 악화되는 실정이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국가부채 규모가 1조9천460억유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GDP의 약 120%에 달하며, 이는 유로존 전체를 채무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가 올해 0.8% 축소하면서 더욱 깊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 영향으로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16bp 상승한 연 5.86%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의 한스 리데커 애널리스트는 "유럽연합(EU)이 그리스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이탈리아가 중대한 위기에 빠졌다"라며 "세계 투자자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리데커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 은행권의 자국 국채 익스포저 규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여기에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TARGET2 (Trans-European Automated Real-time Gross Settlement Express Transfer System2) 제도를 통해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룩셈부르크에 약 2천780억유로를 추가로 빚지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자본도피 위험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면 위기가 주변국인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에 즉시 전이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14일 이탈리아 26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도 은행권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가 위기를 피하려면 ECB가 구원투수로 나서야 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방카 알베르티니의 앙겔로 부루시아니는 "ECB가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이탈리아의 자산가치가 가파르게 평가절하될 것이고 수년간 초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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