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웅진코웨이 예비 인수후보가 국내 유수의 대기업을 포함해 5곳으로 압축됐으나 인수가격이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각 지분이 30.9%에 불과한데다 각 예비후보가 여러 사정상 과감하게 나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16일 IB 업계의 분석이다.

웅진코웨이 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에는 롯데와 GS리테일, SK네트웍스, MBK파트너스, 광둥메이디 등 5곳이 선정됐다.

일단 국내 전략적 투자자(SI) 3곳과 해외 SI 1곳, 국내 재무적 투자자(FI) 1곳으로 후보 구도는 매각자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M&A에 일가견이 있는 롯데와 SK가 참여한 점도 고무적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GS나 자금력을 보유한 중국의 유력 가전업체인 광둥메이디, 국내 최고의 PEF로 꼽히는 MBK까지 경쟁에 나서 외형상 흥행은 달성됐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예상 인수가격은 1조3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이다.

그러나 예비후보들이 제시할 가격은 이보다 낮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대상 지분이 30.9%에 그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추후 라자드가 보유한 지분(14.5%) 등을 추가로 인수해야 할 수도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지분율이 50%를 넘지 않는 자회사는 연결실적으로 잡을 수 없다. 이는 롯데와 GS리테일, SK네트웍스에는 가격 할인요인이다.

또 IFRS 개별 기준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893억원인 점도 눈길을 끈다.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투자금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현금창출력(EBITDA)이 4천400억원대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다. 렌탈자산 구입과 높은 배당금이 원인으로 꼽힌다.

예비후보들의 특성이나 여러 사정도 웅진코웨이에 대한 가격 레이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롯데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인수에도 뛰어들었고, SK네트웍스는 하이마트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다. '모 아니면 도'식으로 베팅할 것이 아니라면 자금 안배가 필요하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자금 조달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IFRS 별도 기준 SK네트웍스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1조1천억원 수준이다. 재무완충력을 고려하면 상당한 외부 차입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순차입금의존도는 19.5%로 낮은 수준이나 부채비율은 228%에 달해 재무 악화를 염려해야 한다.

GS리테일의 경우 백화점과 마트 부문 매각 후 첫 대형 M&A 도전이다. 그러나 GS그룹은 과거 수많은 대형 딜에서 증명됐듯이 피인수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크게 넘지 는 베팅을 하지 않았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국내 최고의 PEF로 손꼽히지만 1조원이 넘는 가격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다른 SI와 연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가전업체 광둥메이디는 지난해 말 기준 2조원이 넘는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고 1조2천억원의 연간 EBITDA를 창출했다. 오히려 국내 대기업보다 자금에 여유가 있다. 과거 청호나이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정도로 중국 정수기 시장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다만, 웅진그룹 측이 웅진코웨이를 해외 업체에 매각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또 독특한 웅진코웨이의 판매방식을 해외 업체가 어떻게 평가할지도 관건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가 기준으로 매각 지분이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거론되는 1조5천억원은 너무 비싼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많은 M&A를 한 롯데도 모험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GS도 마찬가지"라며 "SK네트웍스와 MBK의 자금부담, 코웨이 영업방식에 대한 불확실한 해외 시각 등을 고려할 때 많아야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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