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산업계가 경쟁력을 너무 가파르게 잃고 있다.삼성·현대·대우라는 상호를 쓰는 대기업 가운데 일부도 직원들 품삯을 주지못할 정도다. 특히 글로벌 저유가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그동안 달러 박스 역할을 했던 건설, 조선 등이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산업계가 그동안 캔두(CAN DO) 혹은 '하면된다'는 방식에만 매몰된 탓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외면하는 등 산업계 지형 변화에 둔감했던 데 대한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직원들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의 주가 흐름>

조선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조선업은 엔지니어링으로 불리는 기초설계 쪽의 소프트웨어 능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해양플랜트는 기존 선박과 설계분야에서 엔지니어링의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엔지니어링 실력 부족으로 해양플랜트 일부에 하자가 발생했고 발주처가 이를 빌미로 인도를 거부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가 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4조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긴급 수혈받기도 했다.

한 때 우리 제조업의 대표선수였던 현대중공업도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다. 그룹 계열사 전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할 정도다. 조선관련 계열사에서는 부서장까지도 급여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1973년 현대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조선중공업을 창사한 이래 처음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조선3사의 해양플랜트 수주잔액은 650억달러(약 74조원)에 달했다. 삼성중공업이 240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현대중공업(210억달러)과 대우조선해양(200억달러) 순이다. 발주처가 저유가 등을 이유로 인도 시점을 늦추거나 인도를 거부할경우 재앙이 될 수 있는 수준이다.

건설업도 캔두 정신만 가지고 무모하게 사업을 벌였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플랜트 시공에 대한 정확한 노하우 없이 무리하게 수주한 공사는 1조2천억원에 이르는 자본 전액잠식이라는 재앙으로 다가왔다. 그 결과 일부 임직원들이 월급 반납을 자율 결의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우리 경제를 여기까지 끌고 오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고 이병철 삼성그룹 전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식솔들의 임금도 못챙길 정도로 계열사가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삼성, 현대, 대우 계열 기업들 일부가 임금을 정상 지급할 수 없을 정도라면 다른 재벌 대기업 계열사들은 과연 괜찮을까.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확실시되는 내년의 경기가 벌써부터 걱정된다.(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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