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잘나가는 월가 애널리스트,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운용사 매니저로 활약하던 여성이 한국에 돌아와 핀테크 자산운용사를 차렸다.

이지혜 AIM 대표

이지혜 AIM(Automated Investment Management) 대표는 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중 가짜냐, 진짜냐를 구분하는 질문은 하나다"며 "실제로 로보어드바이저로 운용을 해본 경험이 있는지를 물어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 공학 명문인 쿠퍼유니온대학에서 학사를 마친 후 씨티그룹에서 퀀트 애널리스트로 2년간 근무했다. 이후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운용사 아카디안(Acadian Asset Management)에서 매니저로 5년간 근무하며 하버드 대학원에서 계량경제학을 이수, 뉴욕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벤처투자사인 더벤처스 등에서 실제 경영을 경험했다.

이 대표는 "금융업계에서 7년째쯤 일했을 때 사람들에게 저비용의 좋은 상품을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공계 배경과 금융업 역량을 결합해 로보어드바이저 회사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자산관리서비스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를 차리겠다는 꿈은 아카디안에서 시작됐다.

1977년 설립된 이 회사는 단 20명의 인원으로 100조원의 자금을 운영한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이 소규모의 인원으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굴리는 비법이다.

이 대표는 "아카디안의 알고리즘은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자산에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주식을 넘나들며 투자한다"며 "국내에서는 이보다 더 단순한 구조로 운용되기 때문에 저비용ㆍ고효율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M의 알고리즘은 아카디안보다는 단순하다. 주된 전략은 글로벌ETF 분산 투자다.

먼저 고객의 위험성향과 자금 마련 목적 등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전 세계 매크로 지표 및 시장 상황을 분석해 포트폴리오에 담긴 ETF를 저가매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고객 정보가 한번 컴퓨터에 등록되면 컴퓨터가 수시로 포트폴리오를 관리, 사람의 손을 거의 타지 않기 때문에 운용 보수도 일반 액티브 펀드에 비해 낮게 책정할 계획이다.

컴퓨터가 포트폴리오 관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현재 AIM의 인력은 이 대표를 비롯해 3명 수준이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이들도 줄을 잇는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헤지펀드 매니저를 비롯해 금융투자업계의 공학도 등, 전통적 금융업에서 갈증을 느끼는 이들은 AIM에 합류코자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는 "핀테크와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같이 일하고 싶다는 인력들로부터도 꾸준히 연락을 받고 있다"며 "향후 3~5명 정도 충원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미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에 관심을 두고 자금을 맡기고 싶어하는 이들도 끊이질 않는다.

AIM은 지난 10월 초 베타 서비스를 개시, 자체 알고리즘을 활용한 모의 투자를 소수 고객에게만 공개했다.

이들의 수익률은 자신의 위험성향에 따라 2~5%대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0.75% 정도밖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법 견고한 수익률이다.

베타 서비스를 통해 투자되는 금액도 811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AIM은 KDB대우증권, 한국예탁결제원 등과 제휴 관계에 있고 다른 증권사, 자산운용사들로부터도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비대면 본인인증 제약을 완화, 투자자와 직접 만나지 않고도 자산 관리 서비스 계약 체결이 가능해지면 투자일임업을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자산운용업자로 등록할 예정이다.

최종 목적지는 아시아 시장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인구도 증가하는 데다 자산관리 시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사업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지혜 대표는 "앞으로 신흥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단순히 중개 기능만 가진 플랫폼이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직접 우리 콘텐츠를 전달하는 매체(medium)로서 더 많은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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