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엄재현 기자 = "지난 5년 동안 시상만 하다가 수상대상자가 되니 민망하다. 외환시장 전체 참가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노력한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하종수 KEB하나은행 증권운용부장은 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포렉스클럽에서 올해 공로상을 받은 소감을 이같이 요약했다. 지난 5년간 맡아온 포렉스클럽 회장직을 내려놓은 하 부장의 표정에는 홀가분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하 부장은 "포렉스클럽 회장을 맡으면서 제대로 못 했다는 자책감도 든다"며 "합병 이전의 외환은행이 포렉스클럽의 회장단을 계속 수행해왔는데, 직책이 그렇다 보니 회장을 맡았지만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포렉스클럽 회장으로서 가장 생각나는 업적을 회비 동결로 꼽기도 했다. 다만, 포렉스클럽의 일정이 행사 일변도로 진행된 것이 제일 아쉽다고도 평했다.

하 부장은 교육, 문화 행사 등을 통해 서울환시 참가자들이 서로 소통에 나서는 것이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렉스클럽의 역할이 너무 행사 일변도로 진행됐던 것 같다"며 "시장참가자들에 대한 교육과 문화 행사 등을 해보고 싶었지만, 예산의 문제도 있었고 홍보도 부족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 부장은 "최근 들어 서울환시 참가자들이 대면접촉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서로 소통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결과적으로 시장이 발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위안 직거래 시장의 개설을 계기로 서울환시가 본격적인 발전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향후 상하이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열리면 원화 국제화와 함께 서울환시 자체의 국제화도 진행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그는 이어 "서울환시에 머물던 거래 형식과 시장참가자 모두 급속하게 국제화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장 구성원 간 문화에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해 포렉스클럽이 선제적인 교육과 분위기 형성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88년 옛 외환은행에 입사해 1990년부터 현재까지 딜링룸에서의 생활하고 있다. 외환은행 FX데스크 선임딜러와 외환운용팀 수석 트레이더 등을 거쳐 트레이딩부 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9월에는 통합 KEB하나은행 증권운용부장에 선임됐다.





<하종수 KEB하나은행 증권운용부장>



다음은 하 부장과의 일문일답.

-- 포렉스클럽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지난 5년간 회장직을 맡아 일해온 소감은.

▲ 민망하다. 5년 동안 시상만 하다가 수상대상자가 된 게 그렇다. 포렉스클럽 회장을 맡으면서 제대로 못 했다는 자책감도 든다. 뭔가 업적이 있었으면 떳떳할 것 같은데 딱히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KEB하나은행으로 합병되기 이전 옛 외환은행이 쭉 포렉스클럽의 회장단을 맡았는데, 서울환시 확대와 발전에 역할을 했다고 본다. 본의 아니게 회장직을 맡아 수행했는데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느낀다.

다만, 회장 재직 동안에는 포렉스클럽 회비를 올리지 않았다. 그동안 포렉스클럽 회비는 연회비로 받고 행사 있었을 때 참가비를 받아왔는데, 참가비를 없앴다. 물가가 다소 올랐지만, 회비는 올리지 않았고, 행사의 낭비요소를 없앴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 면에서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또 외환시장 전체 참가자들의 소통의 장을 만들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스스로 위안 삼고 있다.

-- 회장직을 맡으며 아쉬웠던 부분은.

▲ 너무 행사 일변도로 갔던 것 같다. 총회와 송년회, 세미나 등을 진행했는데, 외환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교육·문화 행사를 해보고 싶었다. 물론 예산의 문제도 있었고, 홍보가 부족해서 그런지 참여자들이 집행부에서 생각한 것만큼 호응이 크지 않았다. 사실 요즘은 환시 참가자들이 대면접촉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실제 세미나할 때 지켜보면 잘 아는 사람인데, 처음 대면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 대면하고 잘 소통이 된다는 것은 시장 발전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정기 행사나 문화 행사 등 소통의 장을 만들어주면 시장이 발전하는 데에 포렉스클럽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이바지할 수 있지 않겠나 하고 생각한다.

회장단을 하면서 느낀 점은 자기희생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원사와 시장 참여자들한테 봉사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포렉스클럽의 임원들, 회장과 재무이사, 총무이사 등은 무보수 명예직들이다. 누구든지 회장단을 맡으면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으로 본다.

-- 증권운용부장으로 선임되며 외환시장에서는 한 발짝 떨어지게 됐다. 한발 물러서서 서울환시를 보니 어떤지.

▲ 서울환시가 본격적인 발전단계로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원-위안 직거래시장 개설이 큰 계기가 된 것 같다. 중국시장 열리면서 위안화 직거래가 시작됐다는 의미를 떠나서, 이를 계기로 원화도 국제거래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에 개설될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원화의 해외거래 첫 사례인데, 드디어 원화 국제화의 태동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당연히 서울환시에 머물러 있던 거래 형식과 시장 참가자 등의 국제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 같다. 물론 제도적으로 정비를 많이 해야겠지만, 시장 구성원 간 문화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한 선제적인 교육과 분위기 형성을 포렉스클럽이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원화 국제화에 대한 생각은.

▲ 외환 당국 처지에서 보면 두 번의 큰 외환위기 겪었는데, 펀더멘털이 괜찮다고 할 때 위기가 왔다. 관련 시각에서 보면 우리 시장의 펀더멘털 보다도 과도하게 통화 시장을 개방한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현재와 같은 속도로 조정해가며 서서히 원화를 국제화에 나서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너무 늘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금융시장의 개방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 외환시장만 놓고 보면 서울환시 규모가 완전 개방하기에는 성숙한 시장은 아니라고 본다. 환시에서의 쏠림현상과 적은 시장참여자 수 등을 앞으로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 지난 20여 년간 딜링룸에 있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딜러로서 20년을 생활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딜러로서의 자질인 순발력 등이 나이가 들면서 무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 오래 있다는 것은 얻는 것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딜링룸에서 얻은 경험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딜러를 오래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매니저급으로 일하며 보고자 하는 시장을 좀 더 크게 보기 시작한 것 같다. 환율과 금리 변동 등 미시적인 부분을 보기보다는 전반적인 시장의 패턴과 트렌드에 관심을 둔 것 같다.

매니저로서는 트레이더들이 자신의 성과에 대해 제대로 평가와 대우를 받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실현하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조직 이해와 개인 욕망 간 마찰이 있으면 풀어주는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천했기 때문에 딜링룸에 오래 있지 않았나 한다.

jheo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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