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조세부담율은 자린고비 수준에 가깝다.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0% 포인트 가량이나 낮기 때문이다. 낮은 조세부담률은 재정정책 운신의 폭을 좁혀 청년실업 구제 등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이어진다.

최근 OECD가 발표한 세수 통계서(Revenue Statistics)에 따르면 2014년 회원국 전체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34.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24.6%로 최하위 수준이다. 34개 회원국 가운데 자료를 제출한 30개국 가운데 우리보다 조세부담률이 낮은 나라는 19.5%에 그친 멕시코와 19.8%를 기록한 칠레 뿐이다.

조세부담률이란 GDP대비 총세수(Total tax revenues)의 비율이다. 총세수에 세금이외에도 국민연금·의료보험료·산재보험료 등 사회보장금액(Social Security)이 포함돼 국민부담률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은 조세부담률이 낮으면서도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흑자국이기도 하다. 2015년 예산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내년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0,4% 수준인 6조8천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거둬들이는 돈은 적은 데 수지를 맞췄으니 그만큼 덜 썼다는 의미다. 재정이 그만큼 건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OECD도 '2015 재정상황 보고서'에서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전부터 재정여건이 양호했다며 "추가 재정 건전화가 필요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원국 대부분의 재정상황이 악화됐지만 우리만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OECD 회원국들의 GDP 대비 국가채무는 2007년 평균 80%에서 2013년에는 118%로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한국은 28.7%에서 지난해 35.9%로 소폭 커지는 데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OECD는 추가 재정건전화가 필요없는 국가 가운데 하나로 한국을 지목하면서 좀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라고 우회적으로 권고했다.

우리의 자린고비 조세부담률은 소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체 일자리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OECD에 따르면 우리의 전체 노동시장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그쳐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OECD 평균은 15% 수준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수준인 공공부문 일자리만 재정에서 담당하는 우리나라는 청년실업의 책임을 대부분 민간 부문에만 떠넘기고 있다.

일부 재정 전문가들은 260조엔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돈을 다리,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퍼붓고도 잃어버린 20년 세월을 겪은 이웃 일본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공공부문 일자리가 6%에 불과해 재정이 고용에 기여하는 역할이 미미한 국가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공공부문의 고용비중 확대로적정한 유효수요를 확보하는 데 실패한 대표적인 국가로 평가받는다,

이제 우리도 4대강 사업 등 SOC 중심의 경기 부양보다 전체 일자리의 5.6%에 불과한 공공부문 비중을 OECD 평균인 15% 수준까지 높이는 방향으로 청년 일자리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회복지 전문요원, 구립체육관의 코치, 구민회관의 바이올린 선생님, 유치원 보육전담 선생님 등이 좋은 청년일자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OECD 최하위 수준인 조세부담률을 높여서라도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조선 ,철강,석유화학 등 우리 주력 기업군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당분간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더 늦기 전에 공공부문에서 청년일자리 대책이 세워지길 희망한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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