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본드 파생상품 투자해 4억5천만달러 벌어

"세기의 트레이딩 같았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체이스에 대규모 투자 손실을 안긴 주범으로 지목된 '런던 고래(London Whale)' 브루노 익실이 작년에는 공격적인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미국시간) 시장의 트레이더들을 인용해 익실이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1천6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정크등급 회사채의 신용도 하락에 베팅해 약 4억5천만달러의 수익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수익률이 45%나 되는 셈이다.



▲정크본드 파생지수 하락에 공격 베팅 = JP모건의 최고투자책임실(CIO실) 소속으로 런던에서 근무한 익실은 지난해 여름부터 100가지 정크본드의 신용도를 추종하는 파생상품 지수를 거래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8년 거래가 시작돼 지난해 12월 20일 거래가 끝난 'CDX 하이일드 11' 지수다.

익실은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2개 이상의 기업만 파산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가격에 베팅했다.

당시 CDX 하이일드 11지수는 달러당 87센트에 거래되고 있었고, 익실의 과감한 베팅에 헤지펀드와 다른 은행들의 트레이더들은 반대 포지션을 취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지수의 상승에 베팅한 트레이더들은 거래 종료 전까지 파산하는 기업이 한 곳에 그친다면 14%의 수익률을 낼 것으로 예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수가 82센트에 거래되던 같은 해 9월 코닥의 파산 가능성이 커지자 지수는 70센트 밑으로 폭락했다.

이러자 일부 헤지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지수는 더 하락했다.

반대로 JP모건에 돌아갈 기대수익은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여전히 지수 상승에 베팅하던 트레이더들이 투자를 애초의 두 배로 늘리고 신규 트레이더들도 진입하면서 지수는 83센트로 재상승, 익실의 포지션을 압박했다.

익실과 반대 포지션을 구축했던 한 헤지펀드 투자자는 "지수를 사자는 쪽에서는 세기의 트레이딩을 하는 듯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11월 초까지만 해도 전력업체 다이너지 한 곳만이 파산을 하면서 익실과 JP모건의 패배 가능성은 커 보였다.

그러나 11월 29일, 지수 거래 종료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모회사 AMR이 파산하면서 '세기의 트레이딩'의 최종 승자는 익실이 됐다.

한 헤지펀드의 트레이더는 "모든 이들의 얼이 빠졌었다"고 말했다.



▲"모두를 전멸시키려는 것 같았다" = 익실의 존재를 그와 거래하는 브로커를 통해 파악한 트레이더들 가운데 일부는 끈질긴 베팅 때문에 익실을 '케이브맨(caveman, 석기시대의 혈거인)'이라고 부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기관의 한 트레이더는 "우리는 익실의 베팅을 '페인 트레이드(pain trade, 손실을 감수하는 투자)' 또는 '위도우 메이커(widow maker, 매우 위험한 것)'라고 불렀다"면서 "익실은 모두를 전멸시키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WSJ는 익실이 정크본드를 추종하는 파생상품 지수에 투자한 점은 은행의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를 책임지는 CIO실이 과거에도 가격 변동 가능성이 큰 대규모 거래를 한 적이 있음을 짐작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익실이 올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트레이딩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작년의 트레이딩으로 대규모 이익을 본 덕에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 임원들이 리스크에 대한 경계를 하지 않은 이유가 됐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JP모건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CIO실은 지난 3년 동안 JP모건이 벌어들인 순이익 480억8천만달러의 10.6%에 달하는 50억9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저널은 CIO실의 이익 규모로 보면 이 부서의 업무가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인지 아니면 트레이딩으로 단기 이익을 좇는 것인지 의구심을 깊게 한다고도 지적했다.

다이먼 CEO는 지난 10일 전화회의를 열어 투자 손실을 밝히면서 CIO실의 임무가 "어려운 신용 여건에서 회사의 익스포져(위험노출액)를 헤지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널은 지난해 익실과 베팅 대결에서 패배한 트레이더들 일부는 이번에 JP모건에 20억달러의 손실을 안기면서 복수를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익실은 JP모건을 퇴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퇴사 시기는 확실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실은 WSJ에 답변을 거부했다.

JP모건은 현재 과거 익실과 CIO실의 투자 성공이 올해 손실을 본 거래에도 영향을 줬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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