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중국의 대만 반도체 산업 대규모 투자계획이 대만에서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앞서 중국 국영의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은 대만 반도체 산업에 무려 20억 달러(2조3천7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대만에서 반대여론 '역풍'을 맞고 있다.

다음 달 총통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만에서 자국 산업이 중국 본토에 휘둘리며 결국에는 침탈될 것을 우려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칭화유니그룹의 모회사인 칭화홀딩스의 쉬징홍(徐井宏) 회장은 "본토와 대만 사이 협력하겠다는 것이 나쁠 게 뭐가 있냐"며 "대만이 계속 스스로 문을 걸어잠그려고 한다면 미래 발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대만의 야당 민주진보당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이 칭화유니그룹과 중국 당국간의 연계성을 언급하며 대만 반도체 영역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항변이었다.

그는 최근 "이는 대만 산업에 아주 큰 위협"이라며 "이런 문제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개방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이 주석의 우려는 현재 대만 내 보편적 정서라고 WSJ는 지적했다. 과거 중국과 대만 간 투자를 적극 지지했던 여당인 국민당도 표심을 의식해 야당보다 더 거세게 반대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번스타인리서치의 마크 리 애널리스트는 "칭화유니그룹은 엄청난 속도로 투자를 확대해가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며 "이는 너무 빠르고, 너무 엄청난 규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만 국가지원 산업기술연구소의 T.C.투 경쟁력센터 이사는 중국이 10년 내 반도체 분야에서 주요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당국이 산업 협력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대만은 중국이 시장을 지배하는 영역에서 협력해야 하겠지만, 그동안 대부분 매출을 올렸던 유럽이나 미국에서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이 반도체 사업에서 협력한다면 양자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선진화한 대만의 반도체 기술력이 필요하고, 대만 기업들도 중국의 자본이 매력적인 데다 중국 본토에서 제조한다면 노동력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쉬 회장은 중국과 대만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중국 본토가 대만 산업을 점령한다거나 침공하려는 편협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대만의 실리콘웨어 프리시전 인더스트리스, 칩모스트 테크놀로지, 파워텍 테크놀로지 등 3사의 최대 주주가 되겠다며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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