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중국 국영의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은 대만 반도체 산업에 무려 20억 달러(2조3천7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대만에서 반대여론 '역풍'을 맞고 있다.
다음 달 총통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만에서 자국 산업이 중국 본토에 휘둘리며 결국에는 침탈될 것을 우려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칭화유니그룹의 모회사인 칭화홀딩스의 쉬징홍(徐井宏) 회장은 "본토와 대만 사이 협력하겠다는 것이 나쁠 게 뭐가 있냐"며 "대만이 계속 스스로 문을 걸어잠그려고 한다면 미래 발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대만의 야당 민주진보당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이 칭화유니그룹과 중국 당국간의 연계성을 언급하며 대만 반도체 영역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항변이었다.
그는 최근 "이는 대만 산업에 아주 큰 위협"이라며 "이런 문제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개방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이 주석의 우려는 현재 대만 내 보편적 정서라고 WSJ는 지적했다. 과거 중국과 대만 간 투자를 적극 지지했던 여당인 국민당도 표심을 의식해 야당보다 더 거세게 반대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번스타인리서치의 마크 리 애널리스트는 "칭화유니그룹은 엄청난 속도로 투자를 확대해가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며 "이는 너무 빠르고, 너무 엄청난 규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만 국가지원 산업기술연구소의 T.C.투 경쟁력센터 이사는 중국이 10년 내 반도체 분야에서 주요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당국이 산업 협력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대만은 중국이 시장을 지배하는 영역에서 협력해야 하겠지만, 그동안 대부분 매출을 올렸던 유럽이나 미국에서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이 반도체 사업에서 협력한다면 양자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선진화한 대만의 반도체 기술력이 필요하고, 대만 기업들도 중국의 자본이 매력적인 데다 중국 본토에서 제조한다면 노동력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쉬 회장은 중국과 대만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중국 본토가 대만 산업을 점령한다거나 침공하려는 편협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대만의 실리콘웨어 프리시전 인더스트리스, 칩모스트 테크놀로지, 파워텍 테크놀로지 등 3사의 최대 주주가 되겠다며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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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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