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과도한 부채로 유효 수요도 여전히 미약하다. 기업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가 삼각파도에 노출된 것으로 진단된다.

'퍼펙트 스톰'은 지난 2000년 개봉된 재난 영화 제목이다. 어부들이 거대한 파도와 비바람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으로 미남 배우 조지 클루니가 주연으로 나와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경제 침체를 의미하는 시사용어로 더 유명해졌다.



◇외국인 자금이탈의 바로미터는 환율 1,200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떠나면서 퍼펙트스톰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알려진 이달부터 외국인들은 노골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이달들어서만 외국인 순매도세가 무려 13거래일 연속이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상승 추세를 강화하고 있는 달러-원 환율과 하락세가 뚜렷한 코스피 달러환산지수의 일봉 차트>



강한 달러화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외국인들이 더 가파른 속도로 한국물을 던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주말 1,180원대에 진입하며 지난 4월29일 저점을 기록했던 1,066.60원 대비 110원 이상 올랐다. 지난 9월8일 장중 기록했던 1,208.80원이 전고점인 달러-원 환율이 다시 1,200원대로 진입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더 가속화될 우려가 짙다.

미국이 내년에 연 1%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의 값이 더 올라 가는 게 순리다. 우리도 내년에금리를 따라올리지 못하면 달러-원 환율은 아래쪽보다는 위쪽으로 향할 개연성이 크다.



◇빚쟁이 가계와 기업…유효수요도 없다

가계부채가 1천200조에 이르고 기업부채도 2천400조원이나 된다. 경제주체 가운데 가계와 기업이 빚쟁이로 전락하면서 소비나 투자 등을 통해유효수요를 창출할 여력을 잃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애서 가계부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KDI는 그동안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가계부채에 관대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한은과 공동으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일부 아시가 국가의 부채 위험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에 근접했고 한국의 가계대출 역시 향후 이자율 상승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한국의 기업대출도 소수의 회사에 집중돼유동성이나 수익성이나빠질 경우향후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돈 버는 기업이 없다

기업들이 올해 3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가파르게 줄어드는 등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지난 3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다. 대기업의 매출 축소가 두드러졌다. 제조 대기업의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3.6% 떨어졌다. 비제조 대기업은 매출이 3.1% 감소했다. 전분기보다 감소폭이 확대했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우리의 수출 시장을 잠식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좀처럼 실적 호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기업 구조조정까지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돈 버는 기업들이 많아지기는 커녕 생존까지 위협받으면서 경기는 더 침체될 전망이다. 올해도 힘들었지만 내년이 기다려지지 않는다는 기업이 늘고 있는 배경이다. 그만큼 내년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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