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중국 본토의 여행객이 급격히 줄어들어 홍콩의 소매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명품 쇼핑 메카'로 불렸던 홍콩의 올해 연간 소매 매출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창궐했던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홍콩은 또 중국 관광객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했던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방문자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는 홍콩의 소매와 상업용 부동산 분야 성장의 주된 동력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월 기준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작년 같은 달보다 15.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가장 큰 폭의 감소세로, 누적 관광객 감소폭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누적 총 소매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에 전년 대비 2.6% 줄어든 것보다 감소폭이 큰 것이다.

명품 매출은 이미 2013년 말 중국이 반(反)부패 운동과 동시에 사치품 소비 단속에 나선 때부터 감소세가 시작됐다. 이런 탓에 거리마다 즐비했던 루이뷔통, 샤넬, 구찌 등 명품 점포도 점점 숫자가 줄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CLSA증권의 마리아나 커우 애널리스트는 "홍콩은 줄곧 중국 관광객과 쇼핑에 과도하게 치중하고 새로운 체험을 위한 관광명소 개발에 소홀했다"며 "좀 더 다변화한 여행지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페닌슐라호텔을 운영하는 홍콩 앤 상하이 호텔스의 최고경영자(CEO) 클레멘트 궉도 "홍콩은 더는 명품 슈퍼마켓 이미지만으로는 매력이 떨어진다"며 "좀 더 역동적이고 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하는 마케팅 캠페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콩 관광위원회는 "관광산업이 지난 10년간 성장 이후 통합기에 들어섰다"며 "(중국 본토 외에) 다른 시장에서 수많은 쇼핑몰과 호텔 객실을 채울 손 큰 관광객들을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홍콩 당국은 새로운 문화 예술 공연장 개발과 대규모 외식 산업, 스포츠 행사 유치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제2의 디즈니랜드 테마파크 건립 계획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런 개발 계획이 가시화되려면 수 년이 걸릴 전망이고, 그 사이 관광산업은 침체에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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