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코스피가 5개월만에 1,700대로 주저앉은 지난 18일, 증권가는 시장 상황을 두고 "비이성적이다", "투매에 가깝다", "검은 금요일(Black Friday)", "정부에 역할이 없다" 등의 표현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증시 주변에선 연기금이 시장 안정을 위해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노골적으로 흘러나왔다.

그러나 연기금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검은 금요일이었던 지난 18일 연기금은 38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는 데 그쳤다. 코스피가 1,900선에 머물던 5월초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기금의 백기사 역할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리스 사태에 따른 여러 가지 금융시장 대응책을 마련해놨다"며 "금융시장 타격 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 연기금의 증시 투입 기대감을 높인 것이 실망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기금은 국민 자금이고, 금융당국이 마음대로 투입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지수 급락때 마다 연기금의 자금 투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일 수도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5월 중 지수가 급락하면서 주식을 살 수 있는 여력은 확대됐지만, 아직까지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급박함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자금 집행은 지수 급락에 따른 주식평가액을 고려해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가 이벤트성 단발 악재가 아닌 중장기 악재라는 점도 연기금의 증시 투입을 막아서는 요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북한 도발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시장에 단기 충격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연기금이 증시에 투입되면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그러나 유럽발 재정위기는 사정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는 악재에 연기금을 투입하는 것은 리스크가 분명 있다"며 "그러나 지수가 우리 펀더멘털과 크게 괴리된 수준까지 왔는 데도 시장에서 투매가 판을 친다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해 지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연기금 투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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