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없는 한국이 매 맞는 현상 되풀이"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한국의 외환 등 금융시장이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비해서 대외변수에 취약한 것으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여부로 금융위기의 본거지인 유럽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자산인 원화와 코스피지수의 낙폭이 유독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의 주요 통화와 주가지수 중에서 변동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의 '현금인출기'라는 한국금융시장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

21일 연합인포맥스의 세계주가지수(화면번호 6511번)와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번)에 따르면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5월 들어 지난 18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0.07%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에 홍콩의 항셍지수가 10.16% 떨어진 것을 빼면 아시아 주요지수 중에서 가장 큰 낙폭이다. 일본 니케이지수도 9.55% 하락에 그쳤고,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던 인도와 싱가포르도 각각 6.73%와 6.70% 하락에 머물렀다.

또 필리핀과 태국의 주가지수는 각각 6.21%와 6.03% 하락했고, 대만과 말레이시아의 지수도 4.67%와 2.43% 하락하는 데 그쳤다.



<5월중 아시아지역 주요 주가지수 등락률>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의 주요종목을 집중적으로 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의 낙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외국인에 의한 코스피지수 하락폭이 커지다 보니 아시아의 주요통화 중에서 원화의 절하율도 두드러지고 있다. 달러-원 환율도 5월 들어 지난 주말까지 3.62% 하락하며, 아시아 통화 중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와 인도의 루피화는 각각 3.44%와 3.06% 절하됐고, 싱가포르 달러와 필리핀 페소는 3.06%와 2.53% 하락에 머물렀다.태국 바트와 대만 달러는 2.07%와 1.58%로 원화 절상률에 절반 수준에 그쳤다.



<5월중 아시아지역 주요통화 등락률>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달러-원 환율의 변동폭이 크게 줄었으나, 같은 아시아지역의 주요통화에 비해 원화의 낙폭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그만큼 원화나 원화자산이 대외변수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한국에 문제가 없는데도 미국이나 유럽 등 대외변수들이 불안해질 때마다 유독 한국의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이 상대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각종 규제장치 등으로 변동성 측면에서 달러-원 환율이나 코스피지수이 진일보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국경제의 특성 등으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잘못한 것이 없는데, 그리스 등 유럽의 문제 등을 계기로 외국인에 의해서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아시아에 투자하는 외국인 중 상당 부분이 한국자산에 투자한다"며 "유로존 우려로 아시아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산으로써 원화 관련 자산을 먼저 처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대외여건이 불확실해질 때마다 유달리 한국의 원화와 코스피지수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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