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중국 증시 급락에 따른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타격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곡소리가 터져나왔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전일까지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많은 대형 증권사에서는 각각 수십억원의 녹인 물량이 출회됐다. 이에 억대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들도 등장했다.

A 증권사 여의도지점장은 전일 점심 부랴부랴 VIP고객자산가를 만나러 이동했다.

이 고객은 국내 주식을 비롯해 중국 주식, ELS 등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상품 하나 솟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아 급하게 지점장을 호출했다.

이 지점장은 "한 ELS 상품에 모조리 투자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회차에 걸쳐 투자한 금액이 몇억원에 이르는 고객이다"며 "ELS 투자자들은 상당히 패닉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객들은 5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자금을 ELS에 분산투자하고 있다"며 "지수가 13,000~14,000선에서 형성됐을 때 하방 배리어가 55% 정도인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고 덧붙였다.

B 증권사 강남지점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포트폴리오의 20% 정도를 ELS에 투자한다"며 "분산투자를 한다고는 해도 ELS같이 중위험으로 광고된 상품에서 손실이 터져 당황한 고객들도 적지 않다"고 얘기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지점장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4일부터 빗발치는 고객 문의, 항의 전화에 증권사 지점 PB들은 리서치센터에서 정리해준 자료를 완전히 암기해 버렸다.

"연초 이후 중국 증시가 불안해진 요인은 일차적으로 수급 악재, 이차적으로는 환율 불안…."

중국 관련 상품을 많이 판 증권사 지점들은 먼저 고객들에게 전화해 해명하기에 나섰다.

설명하면서도 영 마음이 편치 않다. 하방 배리어를 터치한 상품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C 증권사 서초지점 관계자는 "어제부터 회사 ELS에서 하방 터치 상품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면 녹인(knock-in)에 처하는 ELS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 증권사 강남지점 PB는 "매수관점에서 문의가 오는 경우도 많지만 지난 4~5월에 ELS에 가입한 고객들은 이미 낙인 터치 상태에 처했다"며 "이번 충격은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발생, 지수는 8월 저점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외파생부서는 아비규환 상태다. 사내에서 밀려드는 문의 전화와 법인 고객의 항의를 전부 응수하기도 벅차다.

E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 증권사 장외파생팀이 비상사태다"며 "대부분의 대형사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녹인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나 손실 확정금액을 알아도 쉬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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