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증권가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 파장이 되풀이되고 있다. 작년 3분기 증권사 실적 둔화를 가져온 ELS 운용 폭탄이 다시 살아난 셈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체 ELS 미상환 잔액(발행잔액)은 작년 말 기준 64조3천980억원원이다. 이 가운데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발행잔액은 60%에 가까운 37조7천220억원으로 나타났다.

홍콩 H지수 쏠림이 심각한 상황에서 관련 지수 급락은 녹인 손실뿐만 아니라 운용 손실 규모 또한 크게 키우게 된다.

홍콩 H지수는 전일까지 8,753선까지 떨어졌다. 불과 열흘 사이에 1,000포인트 가까이 추락했고, 지난해 3분기 급락했던 당시 9,058선보다 더욱 낮아진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3분기 홍콩 H지수 급락 속에 일부 대형사의 경우 최대 1천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이번에도 발행잔액 규모가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운용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LS 운용 손실 규모는 특히 증권사 자체 헤지 규모에 따라 가장 크게 좌우된다.

증권사는 일반적으로 ELS 발행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헤지 거래를 하는데, 자체 헤지란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할 금액을 증권사(발행사)가 직접 운용하며 자체적으로 위험 중립적 헤지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다.

증권사가 자체 헤지를 하지 않으면 외국계 IB 등으로 ELS 상품을 매수해 리스크를 외부로 전가하는 백투백(Back-to-Back) 헤지를 하게 된다.

백투백 헤지가 운용 안정성은 뛰어나나, 헤지 운용에 따른 자체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는 자체 헤지 방식이 크게 유리하다. 이 때문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자체 ELS 설계 능력과 헤지 역량 등을 키워 자체 헤지 비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자체 헤지는 기초자산 지수의 급락 속에 대규모 운용 손실 가능성을 키운다.

현재 국내 ELS 발행을 주도하는 증권사는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이다.

이들 증권사가 백투백 헤지가 아닌 자체 헤지로 발행한 ELS 잔액(홍콩 H지수를 비롯한 전체 기초자산 ELS 미상환 잔액)은 약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ELS 운용 리스크에 10조원 이상이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일부 증권사가 4조원 가까이 자체 헤지로 두고 있고, 다른 증권사들이 2조원 안팎의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는 자체 헤지를 통해 운용 손익 리스크에 직면하는데, 대게 동적 델차 헤지 기법을 쓰고 있다.

위험 포지션을 주기적으로 복제하며 위험을 상쇄하는 헤지 방법으로, 기초지수가 하락할 경우 델타만큼 해당 주식을 매입하는 등 주기적인 포지션 재조정이 필요하다.

작년 3분기 이 같은 ELS 헤지 관련 운용 여건이 악화되며 파생상품관련 손실만 전체 증권사가 1조3천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소수의 대형 증권사에 자체 헤지 물량이 몰려 있는 만큼 이들의 운용 손실은 실적 악화에도 직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분기보다 홍콩 H지수의 낙폭이 더욱 커진 반면 증권사들의 발행잔액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특히 ELS 운용 수익 확대를 위헤 자체 헤지 규모를 키운 증권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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