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지난해 8월 악몽의 데자뷔'

연초 이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10% 가까이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 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공포가 증권가에 재확산되고 있다.

8일 연합인포맥스 ELS 집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37조7천220억원이다. 이는 전체 ELS 발행 잔액(64조3천980억원)의 58.6%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별 종목의 녹인 위험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지수형 ELS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홍콩 H지수는 중국 증시의 성장 기대를 한몸에 받고 ELS 발행 기초자산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기간 ELS 시가평가기준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23.4%다. 일부 ELS는 11.4%의 성과를 내며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저 수익률은 마이너스(-) 46.4%로 반토막에 가깝다. 원금보장형 종목을 제외하고 평균 수익률을 기준으로 했을때 손실 추정액은 8조7천250억원 정도다.

개별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의 추정 손실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이 9천억원 안팎을 기록해 뒤를 이었고, 현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가 7천억원 안팎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무엇보다 8,800선이 붕괴된 현 시점의 지수를 대입하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공모로 발행된 ELS 중 홍콩 H지수를 평균 기준지수로 삼은 종목은 5천143개. 이중 전일 기록한 종가 8,753.97을 대입하면 녹인에 진입한 종목 수는 388개에 달한다. 388개 ELS의 손실 위험 노출액은 1조4천320억원이다.

증권업계는 중국 증시 급락에 따른 홍콩 H지수의 추가 하락이 증권가의 시한폭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4월 1만4천선을 돌파했던 홍콩 H지수는 9,661.03으로 지난해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새해가 시작된 지 4거래일만에 지수는 8천700선 중반까지 주저앉았다.

8,800선은 녹인 고비로 인식되던 지수대다.

여기에서 5% 추가 하락하면 녹인 종목은 970개, 손실 위험액은 3조2천640억원으로 불어난다. 10% 더 떨어지면 1천465개, 5조8천880억원, 20% 더 내려가면 2천795개, 12조2천240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H지수 쏠림 발행이 낳은 결과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홍콩 H 지수의 연중 최고점을 기준으로 현 지수는 40% 가까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투자자와 발행사마다 상품 구조와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차이가 있지만, 손실 구간으로 진입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지난 3분기 ELS 후폭풍을 겪은 증권가가 ELS 발행 잔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H지수의 추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추가 하락은 증권가에 더 큰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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