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중국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시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지난주 중국 증시와 외환시장의 변동성과 관련, 당국이 위험을 통제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설령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해도 당국의 고민이 시장에 전해지는 상황이다.

중국은 과거처럼 자본 지출이나 채무에 의존하지 않고 완만한 속도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는 등 시장 기제들을 도입하는 것이 개방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통제력까지 잃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WSJ는 평가했다.

이 때문에 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당국이 나서서 충격을 완화하려 하지만 종종 사안을 악화시킨다고 덧붙였다.

작년 여름 증시 폭락을 재발시키기 않기 위해 도입했던 서킷브레이커가 지난주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폭락을 키웠던 점이 대표 사례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달러 연구원은 "서킷브레이커가 당국으로선 증시 공황을 막기 위한 진정성있는 시도 가운데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에 잠재하는 높은 변동성 우려를 반영한 듯한 빡빡한 규정이 문제였다.

CSI300 지수 5% 급락으로 서킷브레이커가 한 번 발동하자 발이 묶일 것을 염려하던 투자자들이 추가 투매에 나서 주가 급락 속도가 더욱 빨라졌고, 바로 7%까지 폭락해 거래를 완전히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재발동됐다.

WSJ는 환율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자금 유출을 통제하며 위안화의 달러화와의 긴밀한 연동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통제를 완화하자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중국 본토에서 자금을 뺐다.

이런 가운데 인민은행은 작년 8월 시장을 따른다는 명목을 앞세우며 위안화 가치를 대폭 내렸다. 투자자들은 해당 조치가 수출과 성장을 진작하려는 노력으로 보긴 했지만 자금 유출 속도는 빨라졌고, 당국의 통제력이 덜 미치는 역외시장 위안화 가치 하락세도 가팔라졌다.

인민은행은 이런 압력에 저항하고자 환시에 개입해 위안화를 사들였다. 작년 7∼12월 외환보유액이 3조6천500억달러에서 3조3천300억달러까지 줄어든 것이 그 증거다. 그와 동시에 시중 은행들에 투기성 거래를 경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달러화 가치가 고공행진하고 위안화 절하가 계속되자 인민은행은 달러화 단일 통화만이 아닌 주요 무역국 통화 바스켓을 기초로 환율 관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WSJ는 이를 두고 달러화 대비 위안화 절하 양상을 정당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단순한 추측뿐만 아니라 경제 기본구조 악화도 증시와 환율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공업과 부동산 분야의 공급 과잉이 성장을 좀먹어 중국이 지난해 당국의 비공식적 목표치인 6.5% 성장률을 밑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UBS는 만약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 4%까지 떨어진다면 미국의 성장률은 0.5%포인트, 유럽은 0.8%포인트, 일본은 2.6%포인트씩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글로벌 증시와 상품가격이 중국의 성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된 배경이다.

작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지도층은 일부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초과공급을 줄이는 데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해당 회의에선 통화·재정정책이 더는 한물간 산업을 북돋우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수요를 자극해 해고 노동자들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WSJ는 그러나 이는 새로운 게 아니라고 꼬집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2012년 취임할 때도 경제 정책에서 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끔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모습은 달랐다는 것이다.

일례로 작년 9월 국영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이후 당국은 이들이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합병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이는 대출 부담이나 일자리 축소를 최소화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단기엔 충격이 덜할 수 있다.

그러나 JP모건의 주하이빈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조치가 결국 부채를 확대하고 생산성과 성장 동력 위축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출에 따른 자금이 새로운 산업영역에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고 좀비기업들에 돌아가게끔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좀비기업은 회생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간신히 파산을 면하고 있는 기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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