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중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길어질수록 그동안 잠재해있던 금융위기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작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지금까지의 부양책으로는 성장률이 반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급 과잉 해소가 가시화하지도 않았다. 성장 둔화는 어느 시점에서 과잉 부채와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그렇다면, 중국발 위기를 심화시키는 네 가지 악순환의 고리는 무엇일까.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일 그 악순환 고리로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정책 여력 고갈과 가파른 위안화 절하

중국은 가계는 물론 기업들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많아 더이상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이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다.

중국의 총 부채는 국내총생산(GDP)대비 240% 정도다. 이 가운데 기업부채가 160%이고, 나머지가 가계, 정부 부채다. 기업부채 비중은 위기를 겪었던 아시아 국가들이 보통 100∼120% 정도이고, 선진국이 80∼120% 정도임을 고려하면 세계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정책이 쓸 게 없다 보니 남은 것은 재정정책과 위안화 환율 절하밖에 없다. 중국은 작년 말 재정을 많이 써서 계속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에따라 위안화 절하가 가파르게 진행된 것이다. 그런데 위안화가 절하될수록 오히려 중국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정책 우선순위로 '공급 측 개혁'임을 밝혔다. 부양책으로는 통화정책보다는 재정과 환율 유연성을 언급했다. 이는 작년 인민은행이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지만, 올해만큼은 통화정책 사용을 될 수 있으면 자제하겠다는 의미다.

◇ 자본시장 통제력 상실

투자자들이 더 우려하는 부분은 자본유출이다. 지난 6개월간 중국은 3천550억 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외환보유액은 3천660억 달러 감소했다. 6개월간 무려 4∼5천억 달러가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연간으로는 거의 1조 달러에 육박한다. 3조3천억 달러라는 외환보유액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문제는 위안화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는데, 이 사실이 자금 이탈과 위안화의 추가 절하 우려를 더 자극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위안화 방어를 멈추면 시장에서 위안화 절하가 가속화할 수 있다. 인민은행이 환율 방어를 중단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홍콩 역외 위안화에 대한 단기금리가 급등한 바 있다.

◇ 개혁정책 후퇴 가능성과 악순환

중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중국 정부에서도 경제 관료들의 교체 조짐이 있다. 최근 주식시장 폭락의 책임으로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 인사가 바뀔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의 행보다. 지난 8∼9월 위안화 쇼크 전후로 행보가 묘연하다. 그의 주장에 힘입어 홍콩과 런던에 역외 위안화 시장이 형성됐고, 위안화 국제화와 특별인출권(SDR) 편입도 주도했지만, 최근 역외 위안화 시장이 혼란스럽다.

역외시장에서 불안이 커지자 금융개혁 논의가 후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허 연구원은 "최근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의 불안에도 시장화를 둘러싼 개혁을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개입을 강화하면서 개혁을 후퇴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정부가 개혁에 있어 후퇴할 위험이 커진 것이다.

◇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미국의 '방관'

작년 12월 11일 인민은행은 위안화에 대한 달러-페그제를 폐지하고 무역 가중 바스켓 지수를 중심으로 환율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달러 이외 통화뿐만 아니라 달러에 대한 추가적인 절하 방침을 시사한다.

환율 절하 정책은 명분이 있고 상대방이 받아줄 때 효과가 있다. 일본은행이 엔저 정책을 공언했을 당시 미국 정부가 용인했다. 유럽중앙은행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애매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은 위안화 절하, 달러 강세를 용인해주기가 만만치 않다. 달러 강세로 미국 제조업이 침체 직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12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는 유로 강세에 따른 디플레를 막고자 예금금리를 낮추고 자산매입 프로그램 마감 기한을 연장했다.

주변국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성장에 도움이 될 정도로 위안화 절하과정이 완만하게 진행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허 연구원은 "위안화 절하 폭이 미미하면 중국 경제 성장률이나 구조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위안화 절하에 시장이 예민한 이유는 절하의 폭보다는 주변국들이 중국의 고통을 덜어줄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점과 개혁에 있어 악순환의 고리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중국발 위기 가능성은 근거가 있다"며 "금융시장의 불안이 길어질수록 중국은 그동안 잠재해있던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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