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법원이 지난 2014년 카드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관련한 소송이 100여개에 이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박형준)는 22일 개인정보유출 피해자 5천여명이 NH농협은행, KB국민카드, KCB 등을 상대로 낸 총 4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10만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카드사들이 KCB에게 카드고객 정보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면서도 정보 보호조치에 관한 약정을 하지 않은 채 고객정보를 작업에 활용하도록 방치했다"며 "유출된 정보는 제3자에 의해 열람됐거나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큰 만큼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약 13억원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재산상 피해가 산정되지 않은 점, 카드사들이 유출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감안해 배상 책임을 약 5억원으로 제한했다.

앞서 KCB 직원 박모씨는 이 기간동안 각 카드회사의 사무실에 파견돼 근무하면서 업무용 PC에 저장돼 있던 주민등록번호와 카드번호 등 고객정보를 빼돌려 유출했다.

박씨는 NH농협은행에서 약 2천259만명, KB국민카드에서 5천378만명, 롯데카드에서 2천689만명의 정보를 자신의 USB로 옮겨와 대부중개업체 관련자에게 전달했다.

이 사고로 심재오 전 KB국민카드 사장, 박상훈 전 롯데카드 사장, 손경익 전 NH농협카드 분사장은 사퇴했고, 카드사들은 3개월 신규영업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피해자들은 카드사에 정신적 고통 등을 배상하라며 집단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이 당장 카드사들에게 입히는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서울중앙지법에만 80~100여건의 유사 소송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카드사들의 손해액은 크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유사한 선고가 이어질 경우 카드사들이 배상해야 하는 총 금액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올해부터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연 6천700억원의 순익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보유출 배상액까지 겹치면서 경영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잘못을 어느정도 인정하면서도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반성 및 보상해 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앞으로의 파장 및 대응방안에 대해 철저하게 검토해 볼 것"이라며 "지난 사고를 계기로 정보보호에 꾸준히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2년 전 사건이 또 다시 불거져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가뜩이나 가맹점수수료 논란으로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배상금 문제까지 겹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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