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여부가 시장 심리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주식, 채권, 외환 등 주요 금융시장이 모두 혼란스러우며 금융당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장심리 진정을 위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 상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생변수의 변동 가능성 및 이에 따른 영향에 대한 우려로 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스의 유로화 포기가 불러올 파장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석 및 논의가 이뤄져 왔으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

최근에는 오히려 그리스의 유로화 탈퇴가 전세계 주식시장에 반등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는 등 전문가들의 시각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이 시점에서 그리스가 유로화에 가입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등의 하나마나 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탈퇴의 파장을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최선의 경우는 긴축을 시행하며 유로존에 잔류하는 것인데, 긴축의 여파로 한국이 IMF 당시 겪었던 수준의 고통을 그리스 국민이 감내해야 할 것이다.

특히 통화정책을 통한 부양이 불가능해 긴축의 강도나 지속기간이 한국의 경우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악의 경우는 그리스가 긴축을 약속하지 않고 유로존에 잔류하는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 경우, 유로존 여타 위기국가의 긴축을 유도할 동인이 사라지며 오히려 우량국들의 탈퇴마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결국은 위 두 경우의 중간에서 타협점이 모색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주 작은 확률로 그리스의 유로화 탈퇴도 점쳐진다.

그러나 이 경우 그리스 국민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지금 그들이 우려하는 연금축소 정도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며, 향후 오랜 기간 글로벌 경제로의 재편입 자체가 어려워 하책 중의 하책으로 꼽힌다.

이미 1997년 극심한 오욕의 역사를 경험한 한국 국민으로서 그리스의 어려움이 남 얘기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감내한 자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그리스의 벼랑 끝 전술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감정적인 못마땅함뿐 만 아니라 실체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에 대한 우려다.

하나마나 한 얘기로 돌아가면, 향후 우리 경제의 진로는 결국은 우리의 실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실력을 120% 발휘할 수 있도록 그리스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내부를 돌아보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그리스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데는 내부적인 불만과 이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지도층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결코 모르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애써 현실을 부정하는 그리스 국민들의 `단견' 역시 따라해서는 안될 사회상이다.

오래되어 잊혀졌을 수 있다. 한번 겪었지만 이번 기회에 복습하고 다시 한번 기억을 새롭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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