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진우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 금융 시장의 시선이 재차 쏠리고 있다.

유로본드 때문이다. 유로본드란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연대 보증해 공동 명의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일(미국 동부시간) 처음으로 유로 본드 발행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한 시간 뒤 런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거들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영국경제 연례보고서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부채를 좀 더 공유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유로존에 촉구했다.

유로본드 발행 필요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올리-렌 EU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회원국이 유로본드 발행을 위한 로드맵에 곧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두는 23일 유럽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되는 EU의 비공식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다.

이에 앞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로본드 발행 문제를 이번 회의에 부칠 것이라고 밝혀 논쟁에 불을 붙였다.

독일은 유로본드 발행에 반대해왔다.

재정 적자가 심한 나라와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자국의 신용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금 조달 비용도 더 높아지게 된다.

독일은 오는 23일 사상 처음으로 제로 쿠폰 국채(무이자 할인채)를 발행한다. 유럽 재정 위기에 따라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독일 국채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짜'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가 '비싼' 유로본드 발행에 찬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ECD와 IMF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시작됐지만, 유럽 내에서 독일을 중심으로 한 'AAA' 신용등급의 소위 우량 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빚으로 자금을 조달해 성장을 추구한다고? 그건 철 지난 방법"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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