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반전세 시대가 개막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가격은 전체적으로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수석위원은 1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반전세 제도에서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며 "반전세제도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임차인은 보증금을 축소하고 일부를 월세로 돌려 집값 하락에 따른 보증금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인도 전세보증금을 일부 월세로 돌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기존 주택 구매 시 받은 대출을 고려해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주택시장을 달군 과잉 공급 우려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원갑 위원은 "과잉공급이란 단어는 폭락을 연상시킨다"며 "지난해 공급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변수를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과잉공급에 따른 후유증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며 "감기가 될지 홍역이나 폐렴이 될지는 그 시점의 주택시장 외부변수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에서 금융투자 석사 학위를 강원대에서 부동산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피드뱅크와 부동산1번지에서 부동산연구소장을 지낸 후 지난 2011년부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다음은 박 위원과의 일문일답.

--올해 주택시장 특이점은 무엇인지.

▲올해 부동산시장을 '반전세시대 개막'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반전세는 현재 상황에서 세입자와 집주인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는 제도다. 집 주인은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싶어하지만, 목돈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세 보증금을 절반만 돌려주고 나머지를 월세로 받게 된다.

세입자는 깡통전세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90%라는 말은 세입자가 집 가격의 90%까지 대출해준다는 뜻이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맡기는 것은 위험한 채권을 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경우 집값이 하락하면 깡통전세가 될 수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 위험 회피방법은 전세보증금 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이게 반전세다. 최근 전세대출금리와 전월세전환율 격차도 좁아져 대출받아서 전세금 주는 것보다 반전세로 바꾸는 게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늘고 있다.

반전세 비율 증가는 젊은 세대에겐 악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 전세계약보다) 주거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베이비부머 등 주택보유자들은 이 소득을노후 밑천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해진다.

반전세시대가 개막되면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뉴스테이는 기업을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 올해 뉴스테이가 준전세 형태로 많이 공급될 예정이다.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져 세입자들이 느끼는 월세에 대한 저항도도 많이 떨어질 것이다. 월세를 전반적으로 받아들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잉공급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급이 과잉이라고 하면 폭락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조심해서 쓰려고 한다. 작년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

(주택시장이) 그 후유증을 겪을텐데 감기 몸살이 될지, 독감이 될지 폐렴이 될지는 모른다. 후유증은 반드시 있다. 어떠한 형태로 겪을지는 금리, 중국경제 위기 가능성, 가계부채 등 주택시장 외부변수와 시너지를 내서 정해질 것이다. 공급지표만 갖고 폭락이 올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특정변수를 과대 포장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올해 주택시장 전망은 어떻게 되는지.

▲올해 전반적으로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 지방 주택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고원현상(가격이 상승이나 하락 후 일정기간 횡보하는 현상) 때문에 (지방 주택) 가격이 많이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주택매매) 거래량은 100만건 정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보다 15% 정도 빠진 수치다. 거래량은 주택시장의 건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정부 정책의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장기적으로 보면 인구는 주택시장을 결정하는 펀더멘털 요인이다. 그러나 단기나 중기적으로는 인구지표를 맹신하면 또 다른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인구 흐름은 크게 받아들이되 깊게 빠지면 안 된다. 인구는 먼 미래를 보는 망원경인데, 망원경을 돋보기처럼 쓰면 안 된다.

현재 부산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령화가 심하고 인구도 줄어드는데 최근 10년 사이 집값이 많이 올랐다. 이러한 현상이 인구로는 설명이 안 된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인구 요인은 장기적으로 맞는데 단기적으로 끼워 맞추기 식일 수 있다. 수급을 더 봐야 한다. 2012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일본화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때를 보면 인구문제가 아니었고, 공급과잉과 수도권의 주택수요가 지방 혁신도시 등으로 내려간 데 따른 수요 공백이 동시에 터져서 그렇다. 당시에는 수급논리가 더 강했다고 본다.

인구는 하루아침에 소나기처럼 시장에 반영되는 게 아니다. 아침 이슬처럼 반영된다. 인구론은 단기적으로는 전체 변수 중의 하나다. 공급과잉 요인처럼 너무 한쪽에만 빠지면 자기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올해 주택시장 악재가 많아 보이는데 그래도 호재를 꼽자면.

▲깡통전세의 두려움에 따른 세입자의 집사기, 총선, 강남 고분양가, 이런 요인들이 시장에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악재가 더 많다. 통계하고 실제 거래가격 간의 차이는 클 수 있다. 통계는 후행적으로 반영된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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